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인수·합병(M&A)의 중요한 평가항목인 시너지에선 두 후보 모두 우등생은 아닌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000720) 인수후 향후 10년간 10조원을 투자, 2020년까지 현대건설을 매출 55조원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에 필요한 자양분은 `돈`만이 아니라 키울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건설이 어려울 때 외면하고, 그동안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던 현대자동차(005380)가 자금력 만으로 현대건설을 잘 키워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주인의식을 갖고 현대건설을 지속적으로 보살펴 온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경영능력을 통해 현대건설을 세계적 건설사로 육성·발전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 시아버지의 현대 정신..현정은 회장이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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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에만 힘썼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고(故) 정몽헌 회장 사후 그룹을 이끌며 간단치 않은 역량과 성과를 보여왔다. 회장 취임 이후 적자에 시달렸던 현대그룹을 2배 이상 성장시켰다.
현대그룹 매출은 지난 2003년 5조4200억원에서 지난 2008년 12조6000억원으로, 2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현 회장 취임 5년 만에 3500억원에서 8300억원으로 189% 늘었다.
지난 2009년 해운 불황으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011200)은 적자를 봤지만, 작년 그룹 매출은 1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해운업계는 현대상선이 금융위기에 선방했다고 높이 평가했고, 현대상선은 올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현 회장은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인 대북사업을 지속적으로 주도해왔다. 지난 2007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백두산 관광, 개성 관광, 비로봉 관광 등을 약속받았다.
작년 8월에는 대북 관광 중단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장녀 정지이 현대U&I 전무와 함께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시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현대 정신을 많이 닮은 며느리라는 평가는 그래서 나왔다.
◇ 공격적인 비전..`세계 5위 건설사로 키우겠다`
현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지난달 28일 현대건설을 세계 5대 건설사로 성장시키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 건설전문지 ENR이 올해 집계한 세계 건설사 순위에서 현대건설이 23위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목표 설정이다.
5대 건설사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은 대북사업이고, 계열사간 시너지도 현대그룹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현대그룹은 대북사업에 필요한 핵심 도구로 현대건설을 지목하고 있다.
대북사업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염원이 담긴 사업으로, 상징성과 사업 연관성 양면에서 대북사업과 현대건설은 불가분의 관계다. 현대그룹은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의 우선적 지위를 보장받았기 때문에, 현대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현대아산은 북한의 전력, 통신, 철도, 비행장 등 대형 SOC사업을 포함한 7대 남북경협사업권을 가지고 있다. 북한 인프라 개발사업 규모는 앞으로 30년간 150조~400조원에 달한다고 현대그룹은 예측했다. 게다가 현대건설은 러시아~북한~한국을 잇는 가스관 연결공사, 철광석을 비롯한 지하자원 개발, 개성공단 2~3단계 확장공사, 백두산 관광지 개발 등을 담당하게 돼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게 현대그룹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계열사간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도 현대차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현대엘리베이(017800)터는 건설업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지녔다. 건설에 필요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종합운반기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또 스크린도어, 맞춤형 이동설비 등 최첨단 장치를 제공해 건설공사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전세계 네트워크를 갖춘 현대상선, 현대로지엠 등 물류계열사는 현대건설의 건설자재, 플랜트 설비 등을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국내 최고의 중량화물 운송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 현대건설이 해외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유용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현대그룹은 평가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SI)로 공개한 M+W그룹의 기술력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현대그룹은 주장하고 있다. M+W는 독일 하이테크 엔지니어링업체로 현재까지 반도체공장 200여 곳, 7700㎿ 이상의 태양광 발전소, 다수의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차의 건설 인수 시도를 비난하는 광고를 수차례 내며 여론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시숙의 난` 등 위기때 마다 뚝심과 돌파력으로 난관을 뚫어낸 현정은 회장이 그룹의 명운을 걸고 시숙과 벌이는 이번 싸움에서 또 한번 현대그룹 도약의 계기를 일궈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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