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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화재 연 1천건…"스프링클러 없으면 보험료 비싸게 책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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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I 2026.07.21 05: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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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연간 1000건 이상 화재…"안전수칙 미준수 수두룩"
인천 쿠팡 물류센터, 성능위주설계 의무서 배제
스프링클러 확대 설치·방화구역 설계 한계↑
"보험제도 개선으로 사업주 참여 유도해야"

[이데일리 이영민·인천= 이종일 기자]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물류창고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화재 발생 시 대형 피해로 이어지기 쉬운 조건임에도 화재 안전 의무에서 배제되는 시설이 많아서다. 전문가들은 사업주들이 성능위주설계를 준수토록 제도와 인식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보험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주의 자발적 화재예방 강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사흘째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일 사흘째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축구장 4개 넓이 피해…물류센터 화재예방 의무 강화돼도 적용 안돼

20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는 소방시설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성능위주설계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능위주설계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공학적으로 입증하는 소방설계 방식이다. ‘소방시설 등의 성능위주설계 방법 및 기준’은 대상이 되는 건축물의 경우 화재안전기준 등 법규에 따라 설계된 화재안전성능 이상의 화재안전성능을 확보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소방청은 2022년 12월 1일부터 화재에 취약한 대규모 창고시설과 터널을 성능위주설계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연면적 10만㎡ 이상 또는 지하층 2층 이상, 지하면적 합계가 3만㎡ 이상인 창고건물은 건축물의 재료와 공간을 고려해 강화된 화재안전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인천 쿠팡 물류센터는 법 개정 이전에 준공한 건물이다. 이곳은 연면적 약 29만 9000㎡, 지상 8층 규모의 상온 물류시설로, 수도권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물류 거점 중 하나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6층은 바닥면적이 2만 8329㎡로 축구장 면적의 약 4배 규모다. 소방청과 쿠팡 측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2020년 5월 건축 사용 허가를 받아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쿠팡의 인천 물류센터처럼 성능안전설계 의무에서 벗어난 창고는 전국 곳곳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의 물류창고업 신고는 1347건이다. 이전에 등록해 창고를 세운 업체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시설이 강화된 화재 예방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그래픽= 김일환 기자)
하루 평균 4.2건…“보험 등 관련 제도 바꿔 개선 이끌어야”

물류창고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이 집계한 최근 5년간 창고 화재 발생 통계를 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창고화재는 매년 1000건 넘게 발생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확인된 창고화재는 759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4.2건의 화재가 발생한 셈이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확인된 창고화재 사망자는 총 27명, 부상자는 282명이었다. 재산피해도 1조 4557억 9494만원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주가 보다 강화한 소방안전 기준을 지키도록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명예교수는 “냉장·냉동창고는 보통 불에 잘 타는 유기단열재를 쓰고, 상온창고는 시설이 낡거나 관리되지 않아 방화구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수두룩하다”며 “건축물 외장재를 불연소재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부를 보면 샌드위치 패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류창고 불은 주로 바닥에서 나는데 대부분 렉(선반) 구조라 물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스프링클러를 각 선반마다 둬야 하는데 안전기준이 소급되지 않으니 잘 안 지켜진다”고 말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외국은 보험을 들 때 스프링클러 같은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더 비싸하게 책정해서 자연스럽게 바뀐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화재·손해보험 자체가 워낙 저렴하게 설계돼서 이런 선택을 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법을 소급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보험제도나 관련 법 등으로 사업주의 참여를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를 진압 중인 소방당국은 5층 연소 확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브리핑에서 허석경 인천서부소방서 서장은 “다량의 가연물이 대량 적재돼 있고 극심한 열 축적과 복잡한 내부 구조로 소방대원의 진입 및 배연 작업에 어려움이 있다”며 “5층에는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창고용 로봇 수백대가 있는데 연소확대 시 건물전체로 연소가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대원들이 내부에 진입해 연소확대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은 민간기술사, 안전전문가들과 붕괴 가능성을 검토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주요 지점 3개소에 붕괴경보기를 설치했다. 완전 진화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 서장은 20일 밤 초진이 가능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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