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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 제도 아닌 의지 문제다[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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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6.04.29 05:50:03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지난달 14일 경기 남양주에서 스토킹 범죄로 한 여성이 살해됐다. 가해자는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했고 피해자는 수차례 구조를 요청했다. 위험신호는 차고 넘쳤지만 국가는 또 막지 못했다. 우발적 비극이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참사이자 ‘예고된 죽음’이었다.

사건 발생 후 국회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람이 죽어야 법이 움직이고 분노가 커지면 제도가 보완되는 이같은 풍경은 익숙한 씁쓸함을 남긴다.

2023년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였다. 이번 법 개정도 남양주 사건이 불붙인 공분 위에서 속도를 냈다. 죽음이 있어야만 진전되는 제도라면 이는 입법이 아닌 사후 수습에 가깝다. 피해자 희생을 디딤돌 삼아 굴러가는 제도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남양주 사건은 ‘법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스토킹처벌법도 있었고 전자감독제도도 있었다. 심지어 신고 시스템도 갖춰져 있었다. 부족했던 건 법 조항이 아니라 위험신호를 실제 위험으로 인식하고 즉시 가해자를 분리할 국가의 실행 의지였다. 법은 있는데 작동하지 않았다. 입법 공백이 아닌 집행 실패인 셈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를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경찰이나 검사가 먼저 신청이나 청구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피해자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직접 청구해야 하는 구조다. 극심한 공포와 충격에 빠진 피해자에게 또 다른 입증과 절차 부담을 지우는 셈이다. 이 제도를 정작 가장 위험한 초기 단계에서 즉각 작동하는 보호 장치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법을 다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장에서 즉시 개입할 전담 인력, 피해자 보호 예산, 고위험군 관리 시스템, 신속한 물리적 분리 조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는 선거철마다 소환됐다가 잊히는 의제가 아니라 국가 책무여야 한다.

법조문은 쌓이는데 피해자가 계속 발생한다면 입법의 실패가 아니라 집행 의지의 실패다. 지금 필요한 건 또 다른 입법 경쟁이 아니라 이미 있는 법을 제대로 작동시키겠다는 국가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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