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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대학도 강사들의 대량해고를 바라지 않지만 재정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려면 강사법 시행에 따른 대학의 재정 부담도 책임져야 한다.”
4년제 일반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황홍규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이 골자이며 대학은 방학 중에도 강사에게 임금을 줘야 한다. 대학들은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을 최대 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정부가 이를 지원할 수 없다면 등록금 인상 규제라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강사법 추가 비용 “3000억” vs “577억”
황 사무총장은 “강사법 시행으로 연간 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강사도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확보했기에 퇴직금과 건강보험 보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부 예산안에서 교육부가 확보한 시간강사 인건비 지원 예산은 연간 577억원이다. 이는 전국 시간강사 7만5329명이 받는 연간 강의료 총액 4616억원에서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8개월로 나눈 한 달 치 강의료다.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이 부담할 비용을 방학 중 강의료만으로 산정했다. 실제 방학기간은 연간 4개월이지만, 성적 처리와 강의 준비에 4주일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1개월 치 강의료만 지원예산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 나온다. 강사단체는 “연간 방학기간이 4개월인데 1개월 치 임금만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학들도 4개월 치 강의료인 2228억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퇴직금(262억원)과 건강보험(287억원)을 보장하려면 지난해 기준 최소 2800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확보한 예산보다 2300억원 더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황 사무총장은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확보한 강사들은 일반교원과 같이 퇴직금과 건강보험 보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 대학 등록금 11년째 동결…“규제 풀어야”
대교협이 “사립대 강사 인건비까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정부의 등록금 인상 규제에서 찾을 수 있다.
황 사무총장은 “교육부 내에서도 법정 상한선까지는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등록금이 오르면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도 올려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예산당국이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규제를 풀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장학금 정책 목표는 중산층까지 반값등록금 지원을 받는 것이다. 올해는 월 소득이 중위소득 대비 130%인 소득 6구간까지 반값등록금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등록금이 오르면 덩달아 국가장학금 예산도 증액해야 하는 정부가 등록금 인상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조금만 올려도 수억원의 추가 재정수입이 발생한다. 황 사무총장은 “대학은 등록금을 법정 인상률 수준으로만 올릴 수 있어도 숨통이 트인다고들 한다”며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려면 강사법에 따른 재정부담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학 개설강좌 줄이기, 거품 빠지는 과정”
황 사무총장은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개설강좌 축소에 나선 점에 대해서도 변론했다. 교육부가 그간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을 통해 소규모 강좌를 유도해왔기에 강좌 수가 필요 이상으로 늘었다는 논리다. 특히 강사법 시행으로 강사를 1년 이상 고용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 수요가 크지 않은 강좌는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은 강좌 개설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가 소규모 강좌를 많이 개설한 대학에 평가점수를 더 주는 정책을 펴온 점도 있어 현재 대학별 개설 강좌 수에는 거품이 끼어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재정난을 호소할 때마다 시만단체 등에서는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엄살을 떤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황 사무총장은 “일부 사립대를 제외하면 재정난 탓에 적립금을 털어 쓰는 곳도 많다”며 “특히 사립대는 건물을 신축하거나 연구 기자재를 교체할 때를 대비해 적립금을 쌓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황 사무총장은 대학원생과 박사과정을 마친 연구인력 등 이른바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별도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들이 강사 채용을 축소하면 신규 박사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 `대학원 졸업→시간강사→교수 임용`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끊길 것에 대한 우려다. 그는 “신규 박사들이 대학에서 강의를 맡을 수 있도록 학문 후속세대 양성사업 등을 만들어 별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교수제도를 만들어 강사 인력풀을 국가가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며 “신규 박사를 포함해 대학 강의가 가능한 강사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정부가 연구과제를 발주하거나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강의를 맡기면 학문 후속세대를 보호하고 강사를 지원하는 데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