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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금싸라기 한전부지 잡아라…삼성 Vs. 현대차 격돌

양희동 기자I 2014.05.25 22:00:00

국제규격 축구장 12개 넓이..시세 3조~4조 달해
6.4 지방선거 결과 따라 부지 매각 영향 미칠 듯

[이데일리 양희동 강신우 기자]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인 삼성동 한국전력(한전) 부지매입을 놓고 격돌할 태세다. 특히 지난달 서울시가 한전 부지와 코엑스 일대 72만㎡ 통합개발안을 제시하면서, 삼성과 현대차간의 경쟁은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업계는 6·4지방선거 결과가 향후 부지 매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장 여·야 후보로 각각 나온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개발에 대한 철학, 이해관계 등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한전 부지는 총 넓이 7만9341.8㎡로 국제규격 축구장 12개를 합친 크기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시지가는 1조4830억원이지만, 실제 시세는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삼성동 부지 매각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본사 지방 이전 후 1년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매입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일대. 서울시는 한전 부지를 포함해 ‘코엑스~잠실운동장’일대 통합 개발을 유도할 계획이다.
<사진제공:국토지리정보원>
◇명분과 필요성은 ‘현대차’ vs 사전 작업은 ‘삼성’이 우위

현재 한전 부지 매입에 적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쪽은 그룹 통합 사옥이 절실한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의 수용인원이 4000~5000명에 불과해 약 2만명에 달하는 관리직 임직원들이 서울·수도권에 흩어져 근무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 삼표레미콘 부지(2만7828㎡)에 건설을 추진하던 110층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서울시의 층수규제로 무산된 이후, 한전 부지를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서울시가 한전 부지 개발 조건으로 내세운 국제업무 및 마이스(MICE)기능에 맞춰, 전 세계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현대·기아차 딜러대회 등 크고 작은 그룹 행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전 부지만으로도 서울시가 원하는 도심 클러스터 역할 및 기능을 충족하는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매입 여건에서는 삼성그룹이 한발 앞선 상황이다. 삼성은 이미 2009년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 복합상업시설 개발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삼성생명이 2011년 한전 부지와 인접한 옛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를 2436억원에 사들인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감정원 부지 매입 당시 표면적으로는 임대용 오피스 빌딩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한전 부지 매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한전 부지와 코엑스, 감정원 부지, 서울의료원, 잠실운동장 등을 연계 개발토록 유도할 방침이어서, 감정원 부지를 확보한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감정원 부지는 서울시가 한전 부지 등과 묶어 개발하는 방식을 제안한 만큼 앞으로 사업 진행상황을 봐서 용도와 활용 시기를 정할 것”이라며 “한전 부지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그룹차원에서 정해진 바는 없지만, 매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6·4지방선거…방향·속도 달라질 수 있어

서울시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을 위해 현재 제3종 주거지역인 한전 부지를 종 상향해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250%인 용적률은 800%로 높아지고 층수제한까지 사라져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건축도 가능해진다. 대신 서울시는 전체 부지의 40%가량을 기부채납 받아 기반시설 조성 비용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원순 현 시장이 지난 4월 발표한 이 계획안이 6·4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한전 부지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냐에 따라 향후 사업 추진 방향과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현대차가 사옥 건설을 추진했던 뚝섬 부지에 대해 박원순 현 시장이 추진한 대표적 규제 사례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재추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 후보측 이수희 대변인은 “뚝섬 부지를 포함해 서울시내 30여개의 유휴부지에 대해 박 시장은 3건밖에 허가를 안해줬다”며 “정 후보가 당선되면 이중 절반 이상을 허가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한전 부지도 공공성·공익성 차원에서 추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원순 후보측은 현재 추진 방향대로 법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뚝섬 사옥 계획은 박 시장과 관계없이 현대차가 부지 협소 등을 이유로 스스로 포기한 사업으로 알고 있다”며 “부지 매입이 필요하다면 정식 사업 의향서를 제출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가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한전 부지 위치도.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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