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철근 공급가격을 먼저 결정한 후 판매하는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을 12일부터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건설업체와 협상난한으로 철근가격을 결정짓지 못해 5개월 간 대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자 현대제철이 그동안의 관행을 깨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현대제철은 건선업체에서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거래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은 철근 수급 및 원자재가격 동향 분석을 통해 제강사와 건설사가 분기별 철근 가격을 사전 합의한 후 거래하는 방식이다. 즉 제품 가격을 정하고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올 1분기 철근가격을 t당 74만원으로 정하고 지난해 12월 정산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철근을 사용한 이후 가격을 결정하는 ’선출하 후정산‘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방식은 건설사와 제강사의 가격 갈등으로 이어졌다. 건설사는 철근값을 낮추려고 하고 제강사는 인상하려고 하면서 결국 지난해 9월에 공급한 철근가격도 아직까지 결정짓지 못해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일부 건설사들은 물품대금 지급 보류, 세금계산서 수취 거부, 발주 중단 등 비정상적 거래행태를 보이며 철근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철근가격이 기형적으로 형성돼 지난 2012년 3월 t당 84만1000원(D10㎜ 고장력 철근 기준)이던 철근가격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t당 72만원까지 하락했다. 에너지가격 인상, 전기요금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단 한 차례도 제품 가격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 7월 이후 국내외 철스크랩 가격이 t당 2만4000원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철근가격 현실화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조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일부 철강사와 유통업계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철강업계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통한 생존 차원의 손익 보존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근 거래가 선출하 후정산이라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며 “분기별 가격결정 시스템이 정착되어 건전한 거래관행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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