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의 신용등급이 크레딧 전문가들의 도마에 올랐다.
17회 SRE에서 109명의 전문가 중 무려 71명(65%)이 인천도시공사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사채 관련 업무 비중이 높은 응답자가 39%에 달한 것은 그만큼 등급의 적정성에 문제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천광역시의 올 한 해 예산(일반회계) 총액은 4조 6833억원이지만, 인천도시공사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이 6조 5747억원인 것을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한 해 인천시민의 복지를 위해 써야 할 세금을 모두 인천도시공사의 빚을 갚는 데 써도 2조원 가량이 모자란다는 단순 계산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25일 펴낸 ‘지방공기업 재무현황 평가서’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천도시공사의 총자산순수익율은 지난 2007년 1.4%에서 계속 낮아져 2011년에는 마이너스대로 추락했다.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한 셈이다. 특히 지난 2009년 이후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어 대출 이자를 전혀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고자산 중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미완성 용지도 지난 2011년 말 기준 5조 6000억원 규모이며 사업이 끝났는데도 분양되지 않은 용지도 9655억원 규모에 달했다. 주요 미분양 지구로는 검단일반산업단지와 영종하늘도시 등이 꼽히고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9049억원으로 조사됐다.
SRE 자문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인천도시공사의 부채 문제는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사정이 이런 데도 신용평가 3사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도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운전자본부담이 계속 늘고 자본 확충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돈 대부분이 빚에 의존하고 있다”며 “차입금 규모 자체도 공사 사업규모나 현금창출력에 비해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신평사들도 인천도시공사의 부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단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들어 등급을 내릴 의도가 없음을 내비쳤다. 아무리 빚이 많아도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이란 믿음이 확고하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부채 문제가 좋아지진 않겠지만 위급한 상황에선 인천시의 지원으로 만기연장이나 차환 등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인천시가 1조원 규모 현물출자를 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의지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인천도시공사의 자본확충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사업부지를 현물로 제공하기로 한 상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회 예산처는 지방 공기업의 채권 발행 한도를 현행 순자산의 6배 이하에서 3배 이하로 낮추는 법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물론 크레딧 업계에서도 인천도시공사의 신용등급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신평사들만 부실 공기업을 옹호해주고 있는 형국이다.
SRE 자문위원은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공기업은 과감히 신용등급을 내려야 한다”며 “시장에선 인천시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신용등급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7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7th SRE는 2013년 5월15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