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장호기자] 매각 가치가 조단위에 이르는 국내 대형기업들의 매각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전 세계 차입매수 시장(Leverage buy-out market)이 급랭한데다, 팔려는 측과 사려는 측간에 가격차가 커 협상이 답보 상태로 빠지고 있다.
22일 국내 인수합병계에 따르면 하나로텔레콤(033630), 씨앤앰, 하이마트 등 예상 매각가격이 1조원 이상인 대형 매물들의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수도권 지역 최대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의 경우 이미 두달여 전 사모펀드인 MBK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자금 조달 차질 문제로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MBK펀드에 투자하려던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높은 인수가격 때문에 투자를 철회했다"며 "게다가 최근 서브프라임 문제로 은행 차입이 여의치 않아진 것도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가 매물로 내놓은 하이마트는 지나치게 높은 매각 희망가격이 매각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례다.
롯데그룹, 현대백화점(069960), 신세계(004170), 이랜드, 웅진그룹, 프라임그룹 등 국내 대형 유통그룹들이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2조원을 넘는 인수 제시가격은 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어피니티 입장도 서브프라임 여파로 인수 희망자들의 은행권 차입이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마트 딜에 정통한 인수합병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매각 주간사가 IM(인포메이션 메모랜덤) 자료 조차 만들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IM은 매각자측이 인수 희망자들을 위해 대상 매물에 대한 정보를 요약한 기초자료다.
이에 따라 IM자료를 토대로 인수 희망자들을 섭외한 후 정식 매물로 공고가 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하나로텔레콤의 경우도 1차 입찰까지 마감하며 빠른 매각작업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향후 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하나로텔레콤 매각딜의 경우 정부가 국내 기간통신사업자가 외국계로 넘어가는 것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큰 변수다.
지난달 4일부터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발효됨에 따라 앞으로는 기간통신사업자의 발행 주식 중 15% 이상을 소유하거나 최대주주가 되고자 할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가격도 문제다. 하나로텔레콤 매각작업에 정통한 인수합병계 관계자에 따르면 매도자측이 고수하고 있는 가격은 1주당 1만2000원 이상. 이에 반해 인수 희망자들은 최대한 후하게 쳐도 1주당 만원이상을 주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각 유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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