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홍정민의 `부자는 돼지꿈만 꾼다`)"나 죽기전에"

홍정민 기자I 2005.01.21 14:18:04

신한은행 `미래안심서비스`, 유언관련 일괄서비스 제공
하나은행 `유언신탁`, 상속자산 분배 및 운영 서비스

[edaily 홍정민기자] 최근 발표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추세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국이 생각보다 빨리 늙어가고 있는 겁니다. 금융권과 업계에서도 고령화에 대비, 관련 상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화가 심화된다고해서 죽음까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재산이 많은 사람의 경우 사망 후 유산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상속하고, 분배할 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골치아픈 일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외국 영화를 보면 장래식후 변호사가 직계 가족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유언장을 공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변호사나 유언장 집행인이 죽기 전 고인이 유언장을 통해 가족들에게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어내려간 뒤 재산 분할 내용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죽음` 자체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 유언장 작성 자체를 꺼리는데다 고인이 사망한 직후 돈이나 재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싫든 좋든 죽음은 불가피한 것이고, 특히나 부자들에게 있어서는 죽음 뒤 재산 분할 계획은 피할 수 없는 숙제입니다. 때문에 현재 많은 금융기관, 특히 평균 연령이 60~70대로 높은 은행 PB들의 관련 서비스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고객들이 화제로 삼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현재 일부 은행들은 고객들의 유언서 작성부터 보관, 고객 사망후 집행까지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향후 재산 분배에 대한 희망들을 은행 PB들에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PB들은 이를 토대로 `유언장`을 작성한 뒤 변호사로부터 공증을 받습니다. 이후 일정액(건당 10만~15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대여금고 등에 유언장을 보관하고 고객이 사망할 경우 고인의 취지대로 유산 분할을 집행합니다. 신한은행에서 제공하고 있는 `미래안심 서비스`는 이런 모든 과정을 도맡아서 해주고 있습니다. 유언장 작성과 보관, 집행까지 일괄적으로 관리해주고 유언장에서 문제나 분쟁 소지가 있는 부분을 정리해주는 등 유언과 관련된 일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도 `유언신탁`을 통해 유언장에 포함되는 재산 목록을 정리해주고 향후 유언에 따라 자산을 분배하고 운용하는 서비스를 실시중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유언`이나 `사망`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상당히 꺼리는 통에 직접적으로 유언장 작성을 권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상속, 증여 등에 대한 세무상담을 하면서 필요할 경우 자연스럽게 유언과 관련된 자문을 해주는 정도죠. 유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일부 은행에서는 먼저 유언서 필요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설명하고 서비스 가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우회적으로 평소 거래시에 배우자나 젊은 자녀들을 대동할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유언 서비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는 한 은행 PB는 "연세 있는 분들에게 유언장 작성을 권하기 곤란할 경우 사모님이나 아들과 함께 은행에 와서 재산내역과 비밀번호 등을 공유하실 것을 권고한다"고 전합니다. 또 다른 시중은행 PB 관계자도 "재산을 도맡아 관리하던 남편이 갑자기 사망해 미망인이 재산 내역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자주 목격했다며 "고객들은 미리미리 상속자들에게 재산 정보를 알려주고 구체적인 배분과 관리 방법을 유언장에 담아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역설합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그 순간은 괴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 후 자녀나 배우자가 유산을 분배하거나, 관리하면서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면 몇분, 길게는 몇 시간 투자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