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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리부 부장인 A씨는 토요일이던 2020년 9월 12일 낮 12시쯤, 직장 동료와 함께 골프장에서 주요 거래처 직원 2명과 골프를 쳤다.
라운딩 후 A씨를 비롯한 동료·거래처 직원 4명은 식당에서 소주 3병, 맥주 6병을 마시며 식사를 했다. 이후 노래방으로 이동한 이들은 양주 3병을 마시며 노래를 불렀고 술자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끝났다. A씨는 술자리 도중 노래방 소파에 기대 잠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귀가했다.
자정을 넘긴 12시 39분경, 노래방 직원이 A씨를 깨웠으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근처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숨진 상태였고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정지’ 사인 판정을 받았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달라고 요청했다.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 이날 휴일 근무로 인해 숨졌다고 봐서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절했다. A씨 평균 업무시간이 만성 과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유족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A씨 사망 전 업무 시간이 30% 이상 증가하는 단기과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퇴사자들이 근로기준법 위반을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진정을 내고, 사건 당일 접대했던 거래처 관련 대규모 미수금채권 문제 등을 담당하며 과로·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했다. A씨는 관리부 부장으로, 회사에서 인사·총무·회계 등을 총괄했다.
법원은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망인이 사망 전날 회사 최대 고객처 직원들을 12시간 이상 접대하면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다”며 “골프 당시에는 비가 내려 비를 맞으며 라운딩했고 식사 당시 4명이 소주 3병과 맥주 6병을 마셨으며, 노래방에서는 양주를 3병 시켜 마시는 등 상당히 과음했다”고 봤다.
아울러 “망인에게 업무 영향으로 만성 심장질환이 발병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존의 업무로 피로한 상태에서 이 사건 휴일근무와 근무 일환으로 마신 음주 영향으로 질병이 급격히 악화해 갑작스러운 심장기능 이상이나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망인의 업무상 부담이 사망 전 12주 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통상 총무업무보다 상당한 수준의 정신적 긴장을 하는 업무가 단기간에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