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달에도 가격이 다시 4% 이상 하락했지만, 낸드플래시는 올 하반기 들어 약 10%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반등하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시장 점유율 40%에 육박하는 낸드플래시 세계 1위 삼성전자는 재고 정상화를 공식화하고, 연내 최첨단 6세대 128단 3D V낸드 공정으로 전환해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 강자인 인텔이 내년 업계 최초 6세대 144단 3D낸드 출시 계획을 밝히며 메모리 시장에 도전장을 내며, 향후 시장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7세대 3D V낸드 양산을 통한 ‘초(超)격차’ 전략으로 낸드 시장 지배력 강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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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QLC(Quadruple Level Cell) 기반으로 이번 4분기에 96단 3D낸드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144단 3D낸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QLC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낸드 셀(Cell)에 4비트(bit)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TLC(Triple Level Cell·3비트 저장) 대비 같은 면적에서 집적도를 높일 수 있어, 원가경쟁력을 갖춘 고용량 제품 구현이 가능해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적합하다.
인텔이 QLC기반 3D낸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버용 SSD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롭 크룩 인텔 수석 부사장 겸 비휘발성 메모리 솔루션 그룹 총괄도 지난 9월 말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서 “QLC낸드는 저렴한 가격에 TB(테라바이트)급 SSD를 개발할 수 있다”며 “144단 3D낸드가 출시되면 QLC기반 SSD 중 최소 80%가 인텔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의 이런 자신감은 서버용 CPU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B2B(기업 간 거래)인 서버용 SSD와 결합한 통합 솔루션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텔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6위에 그치고 있지만 SSD시장에선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인텔의 올 2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8.8%에 그쳤지만 SSD는 두 배에 가까운 17.4%로 삼성전자(30.6%)를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인텔은 D램의 속도와 낸드플래시의 비휘발성 등을 결합한 차세대 ‘옵테인(Optane)’ 메모리도 CPU와 연계해 PC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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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도전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6세대 대비 용량·성능을 2배 향상한 7세대 1yy단 3D V낸드를 내년에 출시하며 낸드플래시 초격차 전략을 지속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테크데이 2019’에서 7세대 기술 사업화 전략도 공개했다. 이 기술은 100단 이상의 셀을 한 번에 뚫는 업계 유일의 단일 공정(1 에칭 스텝·1 Etching Step)을 더욱 개선, 적층 및 칩 면적 최소화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V낸드를 기반에 3대(大)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한 무(無)오류 제품인 차세대 ‘PCIe Gen5 NVMe SSD’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지난 9월 선보인 ‘PCIe Gen4 NVMe SSD’ 대비 성능이 2배 향상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한 때 D램의 원조 기업으로 메모리 분야에서도 상당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삼고 인텔은 낸드플래시 시장 확대를 노리면서, 반도체 양강의 이종(異種) 경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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