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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일본 현지 상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받았고,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 등 반도체 사업 경영진과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거쳐 일본 출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제재에 들어가자, 삼성전자는 관련 품목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반도체 제조 전 과정에 사용되는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등의 재고 확보 분량이 1주일 분에 불과하고, 완성품 생산까지 3개월이 걸리는 제조공정의 특성상 1~2개월 분의 재고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독 물질로 장기 보관이 어려운 에칭가스 등의 실제 재고는 사나흘 수준에 불과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부회장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 김기남 부회장으로부터 정부 측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관련 내용을 일본 출장 중 파악,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간담회에서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김 부회장은 지난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각각 만나 일본 수출 제재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물론 반도체 업계 전반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측 요청이 김 부회장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충분히 전달 됐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홍 부총리와 김 정책실장과의 회동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일본 출장을 떠난 것은 사전 조율을 거쳤을 가능성 높다”며 “이 부회장이 출장 전 정부 측 요청을 김 부회장을 통해 전달받아 상호 충분한 교감이 있었고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출장 결과 등을 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일정과 회동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일본을 두 차례 방문했고, 올 들어서도 지난 5월 도쿄에서 현지 양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 KDDI 등의 경영진을 만나 5G(5세대 이동통신)서비스 등을 논의하는 등 탄탄한 현지 인맥을 갖고 있다. 또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아 일본어에 능하다. 2016년 1월,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였던 고(故) 야나기하라 카즈오(柳原一夫) 교수가 별세했을 당시엔 직접 도쿄로 날아가 빈소를 찾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