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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유통3법(가맹·유통·대리점법)의 전속고발제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유통업체에 대한 고발이 빗발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갑질 사례’가 불거질 경우 피해자는 공정위보다는 검찰로 사건을 들고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로펌 한 관계자는 “기업 관계자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축 효과가 생긴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형벌이 가장 강력한 처벌이라는 인식이 있어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검찰 고발을 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전속고발권 폐지와 함께 행정·민사·형사 등 3가지 규율이 균형있게 입법화 돼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칫 전속고발권 폐지만 하다보면 ‘검찰 공화국’이 될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법집행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민사적 구제 수단과 함께 행정처분 강화를 동시에 내놨다.
일단 행정처분 강화는 과징금 제재 상향이 핵심이다. TF는 카르텔(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불공정거래행위를 할 경우 현재보다 과징금을 2배 더 물도록 의견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시 부과하는 과징금은 해외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정위가 담합 사건과 관련해 물릴 수 있는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가 상한선으로 미국(20%) EU(30%)에 비하면 상당히 낮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위반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과징금보다 크다보니 매번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과징금을 높이면서 시장에 ‘엄격한 법 준수’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동시에 TF보고서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행정기관이나 검찰을 통하지 않고 민사소송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민사적 구제 수단도 담겼다. 사인(私人)의 금지 청구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소비자나 기업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불공정거래행위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대상행위를 사적분쟁에 따른 피해구제에만 초점을 맞출지 나아가 모든 불공정거래행위까지 넓힐지는 의견이 갈렸지만, TF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TF는 이를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유통3법과 하도급법에도 함께 도입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을 냈다. 검찰고발이나 공정위 행정처벌 전에 민사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통로가 생긴 셈이다.
관건은 국회 통과 과정이다. 현재 TF안은 공정위 정부입법안도 아닌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은 안에 불과하다. 과징금 강화는 공정위 고시개정으로만 가능하지만, 나머지 형사·민사 규율 변경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자칫 국회 통과 과정에서 중심추가 한쪽에 쏠린다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 야당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TF를 꾸린 것에 대해 ‘월권’행위라고 지적한 점이 걸림돌이다. 국회 법안소위 등 과정을 무시하고 공정위가 별도의 TF를 돌린 점에 대해 탐탁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더구나 여소야대(與小野大) 구조적 한계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입법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법안소위에서 입법과정이 좀더 쉽게 이뤄지도록 TF를 구성한 것”이라며 “5개 동시에 입법화가 쉽지 않겠지만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담합: 과점 시장 등에서 이윤을 늘리기 위해 공급자들끼리 논의를 통해 물건 가격을 결정하며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시장지배적 사업자(1개 사업자 점유율 50%ㆍ3개 이하 사업자 75% 이상)가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다른 사업자 활동을 방해하거나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것을 말한다.
▶불공정거래행위: 거래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불이익을 강요하는 행위로 △거래거절 및 차별취급 △경쟁자 배제 △고객 유인 및 강제 △거래상 지위 남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