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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외환 운용사업, 환율조작 스캔들에 `쑥대밭`

이정훈 기자I 2014.02.06 11:06:38

7개국 당국 동시 조사..뉴욕주 가세로 월가 압박
외환부문 거물들 줄사퇴..거래위축에 수익도 악화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환율조작 스캔들을 겨냥한 전세계 7개국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의 외환 트레이딩 사업부문이 죽을 쑤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거물들이 사퇴하고 있고, 외환 거래 위축으로 트레이딩 수익도 악화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영국 금융감독청(FCA) 등 7개국 감독당국이 글로벌 은행 15곳 이상을 상대로 환율조작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를 집중 감독하는 뉴욕 금융청(DFS)까지 12곳 정도의 은행들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며 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조사 대상이 된 은행은 외환트레이딩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도이체방크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로이드뱅크,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스탠다드차타드, 크레디트스위스, UBS 등으로, 이들은 외환거래 벤치마크가 되는 WM/로이터 마감 환율을 조작해 이익을 챙겨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처럼 스캔들 조사의 칼날이 가까워지면서 해당 투자은행들의 외환 트레이딩 사업부문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있다.

일단 국제 외환 트레이딩부문을 호령하던 거물들이 차례로 옷을 벗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내부 조사를 통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한 외환딜러 4명을 해고했다. 이들중 3명은 뉴욕에서, 나머지 한 명은 아르헨티나에서 트레이딩을 담당해왔다.

또 골드만삭스는 외환부문에서 활약하던 파트너들인 스티븐 조 주요 10개국(G10) 외환 트레이딩부문 글로벌 대표와 르랜드 림 아시아 외환 트레이딩 공동 대표 등 2명을 내보냈다. 씨티그룹에서 유럽 외환 현물거래를 총괄하던 로한 램챈다니 대표도 스스로 물러났다.

지금까지 이들 투자은행에서 해고되거나 사퇴한 외환 트레이딩 임직원는 16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해 월가 주식 트레이더들의 평균 보너스가 전년대비 19% 증가한 반면 외환 트레이더들의 보너스는 2% 증가에 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헤드헌팅 업체인 퍼첼앤코의 존 퍼첼 최고경영자(CEO)는 “외환 트레이더들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편치 못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스캔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미지까지 구겨지면서 아주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율조작 스캔들 조사가 본격화되고 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줄고 거래량도 감소하자 투자은행들이 외환거래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크게 줄고 있다.

주요 9개국 통화의 선물가격 변동성을 보여주는 도이체방크의 환율변동성지수(CVI)는 지난해 6월말 10.6%에서 지난달 13일에는 7.41%까지 내려갔다. 변동성이 30%나 줄어든 것이다. 이 지수는 지난 2011년 9월 15.8%까지 상승한 바 있다.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외환 거래량도 감소했다. 세계 최대 외환거래 청산소인 CLS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만해도 5조7000억달러에 이르렀던 외환 거래량이 12월에는 4조8700억달러 규모로 줄었다.

더구나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외환 트레이더들의 대화방(채트룸) 접근을 금지하고 있고, 독일 정부가 투자은행들에게 외환을 장외에서 거래하는 대신에 규제가 강한 거래소 장내에서 거래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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