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포스코 계열사에 재직 중인 A과장은 요즘 죽을 맛이다. 철강업계에 불어닥친 불경기에 담당하고 있는 업무 추진이 원활하지 않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 때문이다.
"담배는 참는 거지 끊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요즘 같은 때는 담배 한 대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죠. 하지만 금연 회사다보니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주요 프로젝트가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 스트레스 높아지면서 금연자들의 재흡연 욕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고 싶어도 못 피우는 회사원들도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는 지난 2009년 정준양 회장 취임 직후부터 금연 운동을 전개해 현재 임직원 흡연율 0%를 기록하고 있다. 금연 운동은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물론 계열사와 출자사, 외주파트너사에까지 확산됐다.
정 회장은 지난 1996년 광양제철소 제강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한 직원이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을 보고 20여년 간 피워오던 담배를 끊었다. 이후 부서에 금연 운동을 전파했고, 회장 취임 이후에는 전 그룹에 걸친 금연 캠페인을 벌였다.
회사는 1년에 한 차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시 소변검사를 통해 흡연자를 파악한다. 적발된 직원의 경우 인사고과에 감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포스코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흡연 사실이 적발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지난해 말부터 전직원 금연 캠페인을 실시했다. 담배연기 없는 조선소를 만들어 건강한 일터, 친환경 사업장 이미지를 전 임직원이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것. 이 회사는 금연 격려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 결과 금연 신청자 전원이 올해 소변검사를 거쳐 격려금 100만원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금연 운동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직원들도 많다. 또 1년에 한두 차례 실시하는 소변검사만으로는 흡연자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연 기업 직원은 "사실상 임직원 흡연율 0%가 말이 되겠느냐. 올해 경기가 안 좋다보니 재흡연자도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회사 근처에서 못 피우니까 다른 회사 건물 옆에서 피우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소변검사 1주일 전에만 담배를 끊으면 적발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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