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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 `안으로 곪는다`

김세형 기자I 2008.11.14 15:20:04

한전·가스공사, 요금인상 억제에 재무구조 악화
가스공사 50%포인트↑..연내 300% 돌파할 수도
당분간 지속..외부여건 개선만 기대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요금인상 억제 여파로 한국전력(015760)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자란 자금을 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모습이 확연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재무구조 호전의 열쇠인 요금 인상이 어려워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공기업이고 그동안 안정적으로 관리돼 온 것을 감안할 때 당장 큰 문제는 안되겠지만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지거나 개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경우 부채의 요금인상 전가나 서비스 질 저하 등 후유증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 부채비율 동반상승..가스공사 부채비율 폭등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8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낸 한국전력의 부채비율이 지난 2001년 54% 이후 7년만에 다시 50%대를 넘어섰다. 9월말 현재 부채비율은 56%로 지난해말 48.9%보다 7%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66조원 자산으로 우리나라 공기업중 가장 큰 규모이고 수년간 40%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돼온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치.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연료비용은 대폭 올랐지만 물가와 국민생활 안정차원에서 요금 인상이 억제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계속 발생하는 고정적인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올들어 한전채 발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폭등에 가깝다. 가스공사의 9월말 현재 부채비율은 274.2%, 지난해말 228%보다 5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최근 가장 높았던 지난 1998년 274%와 유사한 수준이다.

가스공사는 한전과 달리 장부상으로는 견조한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가스를 도입하는 데 써야할 이익의 상당부분이 미수금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가스 도입 자금을 사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올들어 지난 9월까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조5000억원 가량이 늘어난 1조6435억원에 달했다. 반대로 가스 도입 비용 마련을 위한 사채 발행이 크게 늘면서 사채 잔액은 6조6462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2조3000억원 가량이 늘었다.

◇ 유가 급락했지만 악화는 당분간 진행

이같은 재무구조 악화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에 전기와 가스 요금이 인상되고 유가가 급락한 것을 긍정적 요인. 그러나 환율 급등이라는 걸림돌이 있고 인상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석탄 도입가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 규제권을 쥐고 있는 정부는 최근 가격을 인상한 뒤 경제여건을 감안해 추가 인상을 고려하고 인상시에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승원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정부의 공공기관 규제가 지속되면서 전기료 원가 반영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며 내년도 한국전력의 부채비율이 64%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김 애널리스트는 "선진국 전력회사들의 부채비율은 대부분 100%를 넘고 있어 한전의 부채비율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가스공사의 경우 당장 올해말 부채비율이 300%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민석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가스공사는 4분기에도 미수금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부족분을 메꿔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가스공사는 절대적으로 연동되는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해 준다면 차츰 재무구조가 호전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런 배경에서 현재 유가 추이대로라면 요금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스요금 연동제는 일단 미수금이 회수될 때까지는 적용이 중단될 전망이다.

신 애널리스트는 "내년 역시 미수금 감소 즉 현금 회수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재무구조 개선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유가가 다시 반등할 경우에는 재차 미수금이 늘면서 재무구조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후유증도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 전력회사들의 경우 원료비 연동제를 통해 수익을 보전받고 있다. 한국전력의 부채비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에는 원료비 연동제 도입을 더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전기료가 모든 공공요금의 기본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물가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 한국전력은 올해 자구노력차원에서 1조원이 넘는 비용을 절약키로 했다. 이중에는 전력설비 유지 비용을 줄이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가스공사의 경우 당초 해외 배당수익을 대형화를 위해 쓰려 했지만 자구노력 차원에서 요금 인상 억제로 돌리기로 했다. 국회는 가스공사에 손실 보전금을 주면서, 내후년도 배당수익까지 요금 인상 억제에 쓰도록 강제했다. 가스 자주개발율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가 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할 처지다. 
 
현재는 한전과 가스공사 둘 다 외부 여건의 빠른 호전만이 돌파구인 상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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