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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 맛보는 진정한 짠맛!

조선일보 기자I 2006.08.17 12:31:00

건강한 소금 만드는 태평염전

[조선일보 제공]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금은 프랑스 게랑드 지역에서 난다. ‘꽃소금’(fleur de sel·한국에서 말하는 꽃소금과 다름)이라 불린다. 1㎏에 무려 4만원. 일본으로 8만원에도 수출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 비싼 게랑드 꽃소금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맛있기 때문이다. 비결은 낮은 염도. 일반 가정에서 쓰는 소금은 대개 염도가 90% 이상이다. 반면 게랑드 소금은 염도가 83%다. 염도가 낮은 큼 칼슘, 철분, 미네랄 함량은 높아져 덜 짜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 증도로 가는 길에 본 갯벌. 증도가 속한 전남 신안군은 갯벌 천지다. 김 등을 양식하기 위해 나무기둥을 갯벌에 박아놨다.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 조재우 본부장은 한국의 천일염이 게랑드 소금과 생산방식이 쌍둥이처럼 똑같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값싼 중국 소금에 밀려 고민하던 조 본부장은 희망을 찾았다. “한국 소금은 1㎏당 300원입니다. 중국 소금은 1㎏에 90원이에요. 시중에 판매되는 국산 천일염도 90% 이상 중국 소금과 섞였다고 보면 됩니다.”

천일염을 만드는 과정은 대략 스무 단계로 나뉜다. 바닷물을 염전에 끌어다 고무래로 미는 대패질을 한다. 하루 한 단계에서 두 단계씩 옮겨간다. 20일쯤 지나면 수분이 증발하고 염도가 높아진다. 염도가 15~18도쯤 되면 결정지로 갈 때까지 ‘해주창고’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저장하면서 불순물을 침전시킨다.

불순물이 가라앉으면 바닷물을 마지막 단계인 ‘결정지’로 옮겨간다. 바닷물이 따가운 햇빛을 받아 마르면서 소금 결정이 맺힌다. 볕이 좋은 6~9월 중순까지는 하루 정도면 소금이 만들어진다. 3~5월, 9~10월에는 이틀이나 사흘 걸린다.

조 본부장은 “소금 맺히는 기간이 짧을수록 소금 품질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소금이 천천히 오랫동안 마르면 염도가 높아집니다. 염도가 높을수록 미네랄이나 칼슘 등 몸에 좋은 성분이 소금에 달라붙지 못하죠.”

가장 좋은 소금은 6월에 만들어진다. “햇볕이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약하지도 않아요. 딱 적당하죠. 또 소나무에서 송화가루가 날아와 소금에 섞이기도 합니다.”


▲ 소금을 모으는 대패질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됐다. 염전 속 소금결정이 노을을 받아 반짝였다.
태평염전 천일염은 염도가 약 86%. 중국에서 수입되는 암염(광산에서 캐낸 소금)이나 정제소금보다는 훨씬 낮지만, 게랑드 소금보다는 조금 높았다. 지난해 게랑드 염전을 방문한 조 본부장은 염도를 낮추는 비결이 ‘함초’라고 불리는 ‘퉁퉁마디’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퉁퉁마디는 바닷가 개펄이나 염전에서 사는 식물. 미네랄,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바다의 산삼’으로 최근 각광 고 있다. 한국에서는 염전에서 퉁퉁마디가 자라면 뽑아내지만, 게랑드에서는 그대로 놔두고 있었다.

태평염전에서는 올해부터 퉁퉁마디를 뽑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염도가 83%로 떨어졌다. 이제 태평염전과 게랑드 지역 염전의 차이는 결정지가 유일하다. 태평염전에서는 대패질 작업이 수월하도록 결정지 바닥을 고무로 덮는다.

“대패질 하려면 결정지 당 1.5명이 필요합니다. 고무판으로 덮지 않으면 4~5명을 써야 합니다. 프랑스처럼 국가 보조금을 지원 받지 않는 한 수지를 맞출 수가 없어요.”

조 본부장은 태평염전을 ‘소금 체험교육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소금박물관이 내년쯤 들어선다. 지금은 미리 신청하는 방문자에 한해 ‘무료 염전체험’을 실시한다. 소금 생산과정 설명, 대패질, 수차(水車) 돌리기 등으로 구성된 투어 프로그램이 30~40분쯤 걸린다.
태평염전에서 만든 100% 국산 천일염도 살 수 있다. 천일염은 3㎏ 3000원, 함초액을 섞어 만든 신상품 ‘함초소금’은 3㎏이 1만원이다. 전화 주문하면 택배로 부쳐준다. 문의 (061)275-7541, www.naturalsal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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