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경제성장률 눈높이는 낮아졌지만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에 대한 눈높이는 그보다 훨씬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고유가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조정해 회복 기대감에 불씨를 당겼다. 특히 민간소비를 위시한 내수의 일제 약진을 점쳤다.
통계청도 경기회복 낙관론에 기름을 붓는 지표를 추가로 발표했다. 서비스 생산은 석달연속 증가하며 보폭을 키웠고 도소매 생산은 무려 28개월래 최대폭 증가했다.
◇ 2분기 `경기회복` 불씨 지폈다
한국은행은 5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낮췄다. 상반기 성장률이 3.0%에 그쳐 당초 예상했던 3.4%에 크게 미달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조정은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이 지난달 줄줄이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LG는 4.3%였던 성장률 전망을 지난달 4.1%로 내렸고 현대도 4.0%에서 3.6~4.0%로 낮춰 잡았다.
사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2.7%, 전기비로는 고작 0.4%로 큰 실망을 안겨주면서 연간 성장률 하락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훌쩍 뛰어 넘으며 경기회복이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았다.
그러나 2분기 내수가 전천후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은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2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비 3.2%로 전분기 2.7%에 비해 높아졌다. 특히 계절변동을 조정한 후의 전기비 성장률은 1.2%에 달해 1분기 0.4%의 세배, 지난해말 예상치 0.8%의 1.5배에 달했다.
고유가와 수출둔화의 우려를 뚫고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를 지속하던 도소매판매가 지난 5월 3.8%로 크게 늘고 도소매 생산도 28개월래 최대폭 증가하면서 소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등장할 조짐을 보였다.
또 당초 경착륙 우려까지 낳았던 건설투자는 2분기 들어 마이너스 행진에 점을 찍었다. 설비투자는 1분기와 2분기 모두 저조했지만 지난 5월에 7.7%로 회복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 소비가 이끌고 정부가 받친다
하반기 성장 모멘텀의 원천은 뭐니뭐니해도 민간소비가 될 전망이다. 고유가의 충격과 설비투자의 부진속에서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겨우(?) 0.2%포인트 낮춘 것은 소비회복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6월에는 자동차 소비가 1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나 룸에어콘 등 고가의 내구재 소비는 지난 5월 증가세로 전환됐다.
김 국장은 "2001~2002년 급증한 가계부채 조정이 상당부분 이뤄졌고 과소비 조정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거기에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소비회복을 낙관할 수 있는 근거는 몇가지가 더 있다.
주5일근무제 확산은 오락과 문화비 지출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 지난 5월부터 고용사정이 개선되고 있어 가계수입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의 가계대출도 최근 견조하게 늘고 있어 신용을 통한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설비투자가 부진해 걱정이지만 정부가 공공부문 투자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어 성장률 하락리스크를 다소 줄여준다.
정부는 하반기중 2조원의 종합투자계획 외에 추가로 공기업이나 기금 등을 동원해 4조4000억원의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민성기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장은 "정부의 추가투자계획으로 연간 성장률이 0.2%포인트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 내수, 새로운 성장엔진..4% 물건너간 것 아니다
지난 2년간 성장에 보탬을 주지 못했던 내수가 올해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반기에는 그 힘이 더 세질 전망이다.
상반기 성장률 3.0%중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2.0%포인트. 반면 순수출의 기여도는 1.0%에 불과했다. 하반기에는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3.8%중 2.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비록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3%대로 떨어졌지만 4%대 성장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김 국장은 "설비투자를 다소 보수적으로 봤다"며 "원유도입단가도 연간 평균 배럴당 48달러로 본 것은 조금 높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투자가 예상치보다 개선폭이 크고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낮아질 경우 성장률도 올라갈 수 있다.
정부가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경우 성장률 눈높이는 더 올라간다. 한은은 하반기 전망에서 추경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물론 반대로 유가가 예상외로 하반기에 급등하고 환율하락이 가파르게 재연될 경우 성장률은 더 떨어질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