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 종료일인 4일까지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국민의힘도 기존 반대였던 당론을 ‘전향적 검토’로 바꿨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법 개정안을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3월에 통과한 개정안은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됐다. 반면 민주당이 재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걸림돌이 싹 사라졌다.
상법 개정은 명분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증시 간담회에서 “물적 분할이니 인수합병이니 이런 걸 해 가지고 내가 가진 주식이 분명 알맹이 통통한 우량주였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1400만명에 이르는 개미 투자자들의 ‘울분’을 대변한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대선 전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이 시장의 룰을 공정하게 하자는 가치를 놓치면 “선거 국면에서 이길 수 없다”고 내다봤는데 그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이제 초점은 개정안이 초래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로 옮아갔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이사들은 수시로 소송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는 중장기 투자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이사들을 배임죄로 걸고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법을 개정하면 ‘삼라만상을 다 처벌하는 배임죄’도 동시에 완화·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경영권 방어 장치 보강 방안도 필요하다.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특정 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집중투표제 등은 소액주주의 권한을 한층 강화한다. 그러나 이는 자칫 단기수익에 집착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침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에 맞서 대주주 보유주식에 의결권을 더 주는 차등의결권, 중대 사안에 거부권을 주는 ‘황금주’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거론된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는 지난 4월 국회 강연에서 “국내 제조업 등 생산적인 기업들이 주주들의 현금 인출기가 되는 순간 우리나라는 끝”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이들이 늘 기억해야 할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