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토교통부 등 정부 측과 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오는 2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개별 법안을 개정하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는 만큼 특별법을 통해 피해 구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당정이 마련한 특별법에는 공공 재원을 투입해 피해자 임차 보증금을 보전하자는 야권 주장과는 거리가 있어 앞으로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별법에는 피해 임차인에게 경매로 넘어간 주택의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이를 임차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LH 등 공공이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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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수권이 실효성이 없을 경우 정부는 LH에게 우선 주택을 매수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LH가 기존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임대료를 기존 시세의 30~50%에서, 최장 20년까지 피해자에게 임대를 줘 거주권을 보장한다는 복안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LH 매입임대주택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게 되면 현재 임대료 시세로 환산해봤을 때 상당한 금액의 사실상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며 “그렇기에 전세사기로 떼인 돈이 실질적 가치로 거의 충당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사기·깡통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방안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보증금을 떼인 피해자들이 추가 대출 여력도 없는데다 실질적으로 공공의 보증금 채권 매입 내용 등은 관련 대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정부가 피해 주택 매입, 우선매수권 부여 방침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세사기 피해 유형은 다양하며 그에 따른 해결법도 상이하다”며 “공공의 보증금 채권 매입, 피해 주택 매입, 우선매수권 부여를 모두 제도화한 뒤 피해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당과 정부 관계 부처는 다음 주 세부내용을 협의해 관련 세부대책을 수립하고, 관련 특별법을 오는 27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다만 야권에서는 공공의 피해보증금 우선 변제 등을 주장해 특별법 처리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여당에서는 국가가 피해보증금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혈세를 투입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