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 없이 ‘킹달러’ 설명 드립니다

한승구 기자I 2022.11.08 09:36:37

달러가 '킹달러' 된 이유
고환율...서민경제 직격탄

[이데일리 한승구 인턴기자] ‘환율 따라 식당 이용 가격이 바뀝니다’ 국내 씨푸드 레스토랑 ‘바이킹스 워프’ 이야기입니다. 북미에서 직접 랍스터를 수입하기 때문에 달러 가격에 따라 이용 가격이 책정되는데요. 올해 1월 1일, 성인 기준 130,680원이었던 가격은 155,076원(7일 기준)으로 올랐습니다.

‘999달러=155만원?’ 애플은 지난 9월 7일(현지시각) 아이폰14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아이폰13 시리즈와 똑같이 가격을 정했다고 밝혔는데, 한국 판매가는 더 비싸졌습니다. 13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16~26만원 오른 155만원부터 판매합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위 사례들의 가격 상승 배경에는 달러 가치가 고공 행진하는 일명 ‘킹달러’ 현상이 있습니다. 킹달러 현상은 달러와 연관된 상품뿐만 아니라 소비자 물가, 나아가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요. 대체 킹달러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 또 우리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냅타임에서 경제용어 없이 설명해 드립니다.

‘킹달러’란 국제 금융 시장에서 달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의미합니다. 킹달러 현상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먼저 ‘환율’의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요. 환율이란 쉽게 말하면 ‘외국돈의 가격표’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이라고 말할 때, 1달러의 가격이 1400원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달러는 어떻게 ‘킹달러’가 되었나
달러 가격은 어떻게 오를까요. 흔히 전문가들은 환율이 ‘신의 영역’으로 예측이 어렵다고 말하는데요.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고, 다양한 경제 현상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달러 가치가 올라갈 일들이 잇따라 발생했죠. 그 일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먼저 미국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입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물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의 수요 공급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난 3일, 미 연준은 4번 연속(6월·7월·9월·11월) 기준 금리를 0.75%씩 올렸는데요. 이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율도 높아지는데요. 일반적으로 높은 이자율에서는 투자와 소비가 줄고 예금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이 줄게 되겠죠. 한 마디로 시장에서 달러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서 가치가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또 미국의 기준 금리가 다른 주요국의 금리보다 높아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러의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한국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한국의 기준금리(이하 7일 현재)는 3%이고 미국은 4%의 기준금리입니다. 같은 돈을 예금하면 한국보다 미국에서 이자를 더 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달러를 가져가 미국에서 투자하고 싶겠죠. 그렇게 달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동시에 공급은 줄어들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주요국들의 경제 지표 악화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환율은 모두 비교 대상이 있는 상대적 지표입니다.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화폐 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르게 되는데요.

중국은 최근까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주요 도시에 고강도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애초 목표로 했던 2022년 경제성장률 5.5%를 올해 상반기 기준 2.5%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인데요. 이를 극복하고자 중국은 시장에 돈을 풀면서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률을 높이려 했습니다. 그 결과 위안화가 시장에 많이 풀리면서 11월 달러 대비 환율이 7.3위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는 15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에 계속 돈을 풀면서 엔화 가치가 폭락하고 그만큼 달러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35년 만에 150선을 넘겼습니다.

세 번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더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경제위기설이 돌면서 유로화 대신 달러화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지난 7월에는 무려 20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와 달러의 가치가 같아지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5일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국들이 러시아산 수입을 줄이면서 미국 상품의 수입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석유·석탄 제품의 수출액이 50억 달러 가량 증가했습니다. 이 중 미국의 독일·프랑스 시장 수출은 전보다 약 10억 달러 증가한 것이죠.

(2022.01.01 이후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추이. 한승구 인턴기자)




◆ 환율 높아지면 물가도 높아진다

그럼 달러 가치의 상승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환율이 각국의 무역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달러인덱스(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높아지면 같은 1달러 제품을 사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에 수입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는다지만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일본·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이 적어진 것인데요. 또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탓에 원유 등 원자재, 중간재 수입액이 급증했습니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는 25년 만에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환율 상승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이어집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8일에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상승이 금년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를 0.4%p 높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습니다. 거기에 농산물과 에너지류를 제외해 물가의 기본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물가)는 4.8% 오르면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서민의 경우 금리 인상 탓에 대출 이자도 늘어나는 가운데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 고환율 위기...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환율 상승의 위기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지난 3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 전환 고려에 “매우 시기상조”라며 “최종 금리 수준이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내년 1분기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더불어 큰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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