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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간격 긴 줄에도 불만 없어요"…`코로나 총선` 진풍경

박순엽 기자I 2020.04.15 12:48:16

제21대 총선 선거일 15일, 투표소 긴 줄 늘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며 1m씩 거리 둔 채 대기
투표소·유권자 방역 철저…일부 '손등 도장' 눈쌀
지팡이 짚고 나온 어르신부터 대학생까지 참여해

[이데일리 박순엽 공지유 하상렬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날인 15일, 서울 동작구 강남초등학교 운동장엔 이른 아침부터 100m에 가까이 긴 줄이 늘어섰다. 투표소로 지정된 학교 강당을 찾은 유권자들이 각자 1m씩 거리를 둔 채 대기하면서 벌어진 모습이다. 이후 체온 측정을 마친 유권자들은 손 소독을 하고, 장갑을 끼고 나서야 비로소 투표소로 입장했다. 지금까지의 선거와 달리 절차가 까다로웠으나 유권자들은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투표 사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제1동 제1투표소가 설치된 강남초등학교 체육관 앞에 유권자들이 간격을 둔 채 줄을 서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코로나19 확산’ 경계…일부 ‘손등 인증사진’은 여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투표 절차가 복잡해졌지만, 서울 시내 곳곳의 투표소엔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는 만큼 투표 사무원들은 예방과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15일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체육관에선 투표 사무원들이 예방 수칙에 지키며 분주히 움직였다. 투표 사무원들은 유권자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했고, 정상 체온으로 확인된 유권자들만 손 소독 후 장갑을 착용하고 투표소로 들어오도록 했다. 신원 확인을 위해 해오던 지문 인식은 장갑을 낀 탓에 서명으로 대체됐다.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한 유권자들은 투표소 앞에 대기하는 줄의 간격이 흐트러지자 “거리를 두고 줄을 서자”고 말하며 정부가 권고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스스로 지키는 모습이었다. 투표소에서 장갑을 나눠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장갑을 직접 챙겨온 시민도 다수 보였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제2동 제3투표소가 설치된 성심여자중·고등학교 체육관에 들어가기 전 유권자가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전국 단위 선거가 처음이다 보니 혼란도 일부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투표소에선 체온계가 말썽을 부려 투표 사무원들이 유권자에게 직접 발열 여부를 물어보기도 했다. 이른 아침 낮은 기온 탓에 체온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했다는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는 이른바 ‘인증 사진’을 찍으면서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기도 했다. 방역 당국은 교차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손등이나 장갑 위에 투표도장을 찍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여전히 손등과 장갑에 도장을 찍고 기표소를 빠져나오는 유권자들의 모습도 엿보였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1동 제6투표소가 설치된 목동청소년수련관 체육관 바닥에 붙어 있는 안내 표시판. (사진=하상렬 기자)
◇어르신부터 대학생까지 참여…“소중한 한 표 행사”

유권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선거 예방 수칙을 지키며 차분하게 투표에 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우려하면서도 소중한 한 표의 가치를 버리고 싶지 않아 투표장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를 찾은 최정옥(84)씨는 “단 한 번도 투표에 빠져본 적이 없고, 오늘도 투표하려고 어제 침을 맞았다”며 “내가 한 표를 행사해야 내가 정말 원하는 사람이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 항상 참여한다”고 밝혔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남편의 부축을 받고 온 유재연(83)씨는 “우리나라를 잘 지켜주는 정치인이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애 첫 투표를 하는 대학생·고교생을 비롯한 청년들은 투표장 곳곳을 두리번거리며 함께 온 친구들과 ‘인증사진’을 찍기도 했다. 어머니와 투표장을 찾은 대학생 구하연(19)씨는 “처음 투표를 하니까 신기하고 새로운 기분이 든다”며 “내 표 하나가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반영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제2동 제3투표소가 설치된 성심여자중·고등학교 체육관 앞에 유권자들이 간격을 둔 채 줄을 서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유권자들은 제21대 국회에 코로나19를 해결하는 데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자영업자 이용일(68)씨는 “자영업자들은 안 그래도 힘든데, 코로나19까지 덮쳐 다 죽기 일보 직전이다”라며 “이번에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은 좀 싸우지 말고 서민들을 살게 해주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성토했다. 강명희(61)씨도 “국회가 싸움박질 안 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정오 기준 투표율이 19.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전체 유권자 4399만4247명 중 843만1201명이 참여한 수치다. 이번 투표율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같은 시간대 19.2%와 비교해 1.8%포인트 낮다. 사전·거소(우편을 통한)·선상·재외투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공개되는 투표율에 합산된다.

`코로나19`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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