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악마의 뿔' 제스처 상표권자는 누구?

피용익 기자I 2017.12.17 14:09:27
진 시몬스 (사진=AFP)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록 뮤지션들이 주먹을 쥔 상태에서 집게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위로 편 손 모양을 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제스처다. 이른바 ‘악마의 뿔’을 형상화한 것이다. 일부 뮤지션들은 여기에 더해 엄지손가락을 옆으로 펴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록커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한 뮤지션이 이 손 모양을 진짜 트레이드마크로 등록하려고 시도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미국 하드록 밴드 키스의 진 시몬스는 2017년 6월 9일 미국 특허청(USPTO)에 275달러를 내고 ‘집게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위로 펴고 엄지손가락을 수직으로 펴는 손 모양’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음악계는 발칵 뒤집혔다. 록커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손 모양에 대한 권리를 특정인이 갖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발이 잇따랐다.

상표권 전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손 모양은 일반화된 것이기 때문에 시몬스의 상표권 출원이 받아들여지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몬스는 이 손 모양을 자신이 처음 사용했으므로 상표권을 소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밴드 키스의 ‘Hotter Than Hell’ 투어 당시인 1974년 11월 14일에 이 손 모양을 처음 사용했으므로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라는 주장이었다.

시몬스는 영국 음악 잡지 클래식록과의 인터뷰에서 “밴드들이 두 손가락으로 악마의 뿔 인사를 하는 것은 키스가 시작한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가장 분노한 것은 고(故) 로니 제임스 디오의 팬들이었다. ‘악마의 뿔’ 손 모양은 디오가 가장 먼저 사용했다는 것이 음악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오의 미망인 웬디는 시몬스의 주장에 대해 “이런 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역겨운 짓”이라며 “그것(악마의 뿔 손 모양)은 모두의 것이고, 어느 누구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공의 소유이며 상표권을 등록해선 안 된다”고 했다.

시몬스는 ‘악마의 뿔’을 디오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주장에 대해 “디오가 내 면전에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난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답해줬다”며 “그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가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시몬스는 “내것(손 모양)은 엄지 손가락을 펴는 것”이라며 디오의 손 모양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내것은 스파이더맨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쏠 때의 손 모양과 같다는 설명이었다.

로니 제임스 디오. (사진=AFP)
때아닌 ‘악마의 뿔’ 논란은 시몬스가 돌연 상표권 출원을 취하하면서 열흘 남짓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가 상표권을 포기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시몬스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손 모양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한 이유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상표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악마의 뿔’ 손 모양을 사용하는 뮤지션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USPTO는 상표권 침해에 대한 법적 조치가 없을 경우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 제스처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몬스의 시도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던 셈이다.

한편 ‘악마의 뿔’ 손모양을 디오나 시몬스보다 먼저 했던 뮤지션들도 있다. 단지 덜 알려졌을 뿐이다. 1969년 비틀즈의 앨범 ‘Yellow Submarine’ 표지와 같은해 코벤의 ‘Witchcraft Destroys Minds & Reaps Souls’ 뒷면에도 집게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편 손모양이 등장한다. 일부 뮤지션들은 ‘악마의 뿔’이 아닌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본 헤비메탈 아이돌 그룹인 베이비메탈이 하는 손모양은 ‘여우 신’을 뜻한다.

베이비메탈.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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