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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실상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은 이날 당칙을 변경, 총재 임기를 현행 연속 ‘2기 6년’에서 ‘3기 9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3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됐으며 당선시엔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로 당선돼 같은 해 12월 총리가 됐다. 이후 2015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됐다. 세 번째 연임 전망도 긍정적이다. 당 총재 임기가 내년 9월까지지만 대적할 만한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서다.
아베 총리는 주요 7개국(G7) 중에서도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기간 총리직을 수행 중이며, 일본 정부의 안정을 가져왔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덕분에 아베 총리의 자국 내 인기 역시 견고한 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달 24~26일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60%에 달했다. 일본 템플대학의 제프 킹스턴 교수는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는 정책 때문도 사람들이 그를 좋아해서도 아니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를 쫓아낼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의 집권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베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면 2006~2007년 1차 집권 당시를 포함해 집권 기간이 약 10년에 달해 일본의 최장수 총리가 된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가장 오래 정권을 유지한 총리는 1900년대 초에 8년 가량 집권한 가츠라 타로다. 또 오는 5월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제치고 일본에서 5번째로 오래 집권한 총리가 된다.
3연임 가능성이 열리면서 아베 총리가 주장해 온 헌법 개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는 그동안 전쟁포기 내용이 담긴 평화헌법 9조를 포함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자민당은 이날 헌법 개정과 관련해 2017년도 운동방침(주요 활동전략)을 확정, 개헌을 위한 실질적인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베 총리는 “여당이 개헌에 관한 논쟁을 주도해 일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 등은 지난 해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해 국회에서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3분의2 이상 의석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아베 총리의 아내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극우 유치원 관련 스캔들이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직으로 있는 오사카 츠카모토 유치원이 최근 극단적인 군국주의 교육을 실시, 학부모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또 이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재단은 아베 총리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짓는다며 모금활동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재단이 정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헐값에 부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키에 여사가 관련됐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