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톺아보기]4년만에 재개된 M&A, 투자여유 생긴 두산重

박수익 기자I 2016.07.16 08:58:40
ESS는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배터리에 전기를 비축해 두었다가 사용량이 많은 시간 등 수요처에서 필요 시 전기를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설비이다.(그림: 두산중공업 자료)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두산중공업(034020)이 지난 12일 미국의 한 업체를 인수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원에너지시스템즈라는 이름의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관련 소프트웨어업체라고 합니다. 인수한 후 회사이름을 두산그리드텍으로 바꿨습니다.

두산그룹의 주력기업인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기업 인수를 많이해온 곳입니다. 2006년 영국의 밥콕(Babcock, 사업분야 보일러서비스), 2009년 체코의 스코다파워(Skoda Power, 스팀터빈), 2011년 독일의 렌체스(AE&E Lentjes, 순환유동층 보일러기술), 2012년 영국의 엔퓨어(Enpure, 물처리)를 잇따라 인수했습니다. 그간 인수한 곳의 공통점은 보일러·물처리 등 해당 분야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이고 이러한 업체의 기술은 두산중공업의 핵심사업인 발전설비와 시너지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두산重 4년만에 해외업체 인수

그리고 이번에 영국 엔퓨어를 인수한지 4년만에 다시 M&A에 나서서 미국원에너지시스템을 인수했고, 이 업체 역시 ESSS 관련 원천기술을 가진 곳입니다. ESS는 남아도는 전기나 에너지를 저장해놨다 전기가 많이 필요한 피크타임때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말하는데 미국의 마이크로소트와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라고 합니다.

이번 인수는 회사에서 발표했는데 관련 공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통상 어느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면 ‘타법인주식취득결정’이라는 공시를 하는데 이 기준에 미달하는 소규모딜입니다. 타법인주식취득(지분인수) 공시는 일반법인의 경우 자기자본의 5%를 넘으면 의무공시이고 그 미만이면 자율공시입니다. 다만 두산중공업처럼 자기자본이 연결기준 2조원이 넘는 곳은 자기자본의 2.5%가 넘으면 의무공시이고 그 미만이면 회사측의 판단에 맡기는 자율공시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연결자기자본이 7조원이니까 어느기업의 지분을 인수할때 금액이 1700억원을 넘어서면 의무공시이고 그에 못 미치면 공시를 하든 안하든 자율인 사항이라고 보면 됩니다. 두산중공업의 원에너지시스템즈 인수건은 지분인수금액이 크지 않은 소규모딜이기 때문에 의무공시 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두산중공업이 해외기업 인수를 많이 했던 곳인데 2012년 이후 4년간은 안 했습니다. 그럼 그 기간에는 무엇을 했느냐를 보면, 두산중공업의 자체 사업도 다소 수주가 이전만 못했던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042670)두산건설(011160), 두산엔진에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의 ‘허리’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기업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위로는 지주회사 (주)두산, 아래로는 인프라코어·엔진·건설 같은 자회사가 있는 이른바 지배구조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최근 몇년간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과 재무부담이 이어지면서 두산중공업은 건설·엔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원해주고, 또 이들 회사가 자금조달 목적으로 재무적투자자들에게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한 정산의무를 짊어지는 등 지원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그 와중에 두산중공업 본업에서도 수주가 부진해지면서 실적개선이 지연됐던 것입니다. 두산중공업의 최근 상황이 이전보다 좋아진 것은 맞습니다. 우선 본업을 보면 두산중공업은 2013년까지 수주 부진을 겪었는데 2014년에 7조원이상 수주를 하면서 다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올해도 전반적인 수주환경과 매출규모가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을 짓눌렀던 자회사 지원 부담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있는데 이회사들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두산밥캣이라는 건설장비회사가 하반기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66.6%, 두산엔진이 11.8% 지분을 보유중이어서 상장공모가격에 따라서 지분가치가 부각되고. 실제로 구주매출 과정에서 유동성도 확보해서 기존의 빚을 갚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두산중공업의 잠재적인 지원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또다른 자회사인 두산건설도 최근 사업부 매각을 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두산건설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두산중공업 입장에선 전반적으로 본업의 상황과 자회사 지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때 과거보다는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번에 4년만에 재개된 M&A도 인수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회사가 봤을때 이제 다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조금씩은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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