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줄일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글로벌 경기 둔화의 그림자만 더욱 짙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당분간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없어 유가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대비 배럴당 2.14달러 하락한 배럴당 57.81달러를 기록해 지난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6월 이후로 반년도 채 안돼 40% 가량 폭락한 상태다. 이는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라는 두 요인이 함께 맞물린 결과다. 특히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급 과잉 우려가 컸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수요 둔화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수요일 OPEC은 내년도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치를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제시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내년 수요가 애초 전망보다 23만배럴 감소한 하루 9330만배럴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다. 일단 공급 과잉은 해소되기 어렵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한편 미국 셰일가스를 견제하기 위해 공급량을 유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알리 빈 이브라함 알나이미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지난 10일 “왜 우리가 석유를 감산하냐”며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도 내년초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 최대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과 유럽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어 수요도 단기간에 늘어나기 쉽지 않은 구조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당장 배럴당 55달러까지는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50달러대에서 오랜 기간 버티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