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초능력자 된 소년, 다른 세상을 보다

장서윤 기자I 2012.02.21 13:16:35

김연수 장편 `원더보이`…1980년대 사회상과 맞물린 소년의 성장기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21일자 26면에 게재됐습니다.

▲ 김연수(사진=문학동네)

[이데일리 장서윤 기자]“해가 지는 쪽을 향해 그 너른 강물이 흘러가듯이 인생 역시 언젠가는 반짝이는 빛들의 물결로 접어든다. 거기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가 아는 세계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사이의 경계선을 넘으리라.”

소설가 김연수가 ‘밤은 노래한다’ 이후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원더보이’(322쪽, 문학동네)를 내놨다. 이 작품은 2008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청소년문예지 계간 ‘풋’에 4회를 연재하다 중단됐었다. ‘작가가 결말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서’가 이유였다. 이후 작가가 다시 집필한 소설은 꼭 3년만에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1984년 열다섯 살 소년 정훈은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아버지와 집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는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정훈에게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기고 그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죽은 줄 알았던 엄마의 존재도 초능력을 통해 새롭게 떠오르면서 정훈은 스스로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나선다.

작품은 독재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1980년대 초반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자유와 세상의 근원을 찾아나서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꿈이 사라진 세상에서 ‘원더보이’로 지칭되는 소년 정훈은 ‘스스로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저 믿기만 하면’ 세상에는 여전히 크고 작은 기적이 존재함을 믿게 만드는 인물이다.

얼핏 보면 청소년들을 위한 성장소설 같지만 어른들에게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세상은 결국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용기와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느끼는 무수한 가능성이 살아 숨쉬는 곳임을 소설 전반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렇다 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지만 고통과 슬픔이 가득한 세상일지라도 작은 가능성에서 비롯되는 희망의 끈은 놓지 말자고 부드럽게 충고하는 듯하다.

김 작가는 “멀리 지구 바깥에서 바라보면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는 사람도, 너무 힘들어 고개를 숙인 사람도 끝이 없이 텅 빈 우주공간 속을 여행하는 우주비행사들처럼 보일 것”이라며 “누구나 한번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테니까, 우리는 다들 최소한 한 번은 사랑하는 사람과 우주 최고의 여행을 한 셈”이라고 전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