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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선 중소형증권사)③브릿지 향배에 촉각

김호준 기자I 2004.06.10 11:30:00

회사측 "청산없을것"..신뢰상실 "믿을수 없다" 반응도

[edaily 김호준기자] 상장폐지 논란의 진원지인 브릿지증권(001290)이 6월말로 예정된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사주 매각 대금도 빼가려는 속셈이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회사 쪽에서는 상장유지 방침을 분명히 밝히면서 회사 청산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브릿지증권은 지난달 25일 자사주 550만주를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전체 유통물량의 8%를 매각해 소액주주 지분 분산 요건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8일에도 브릿지증권은 자사주 68만8000주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미 209만주가 넘는 자사주를 처분한 셈이다. 회사측은 자사주 매각 역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펄쩍 뛴다. 김동호 브릿지증권 이사는 "자사주 매각대금은 40억원에 불과하다"며 투자금 회수를 위해 자사주를 매각하고 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유상감자, 사업규모 맞게 자기자본 줄일 목적"해명 회사 청산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회사측 공식 입장이다. 회사 청산을 염두에 뒀다면 굳이 자사주를 팔면서까지 상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는 것이다. 김동호 이사는 "현재 회사 주가가 장부가치 30%에 불과하다"며 "청산가치가 3000원에 달하는 주식을 1000원에 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자사주 매각으로 통해 상장폐지니 회사청산이니 하는 의혹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고배당과 두차례의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간 것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브릿지증권은 또 오는 15일 주총에서 1억5000만주(67.6%)에 대한 유상감자를 결의할 계획이다. 주당 보상금액은 1000원이며 대주주인 BIH는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회사측에서는 "자기자본이 3600억원에 달해 사업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며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분하면서 동시 적정한 자기자본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유상감자를 앞두고 비슷한 비율로 무상증자를 실시했기 때문에 주식 유동물량에도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사측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최근 브리짓증권은 을지로 본사 사옥과 여의도 사옥 등 부동산 매각을 통해 1000억원 상당의 이익유보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본사 빌딩 판돈으로 유상감자를 실시하는 셈이다. 업계 "투자금 효율적 회수를 위한 상장유지" 또한 BIH가 브릿지증권을 인수할 때 투입한 자금이 2200억원 안팎으로 그동안의 고배당과 두 차례 유상감자, 그리고 이번 유상감자를 통해 원금을 대부분 회수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상장 유지도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철호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장이 폐지되면 매각말고는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팔 수 없게 된다"며 "나중에 일부 물량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상장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회사 매각도 몇차례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파는 것도 쉽지 않다. 장효선 애널리스트는 "마땅한 인수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주당순자산가치(PBR)이 0.3배 수준 상황에서 매각대금 협상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말 바꾸기..시장의 신뢰 잃어 더구나 브릿지증권 대주주는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2년전 에브링턴 사장은 타 증권사 인수합병을 위해 상장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언이 있은 직후 대주주인 영국계 펀드(BIH)는 임기가 남아 있던 그를 전격 경질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와의 싸움에서 에브링턴 사장이 밀린 것으로 풀이했다. 물론 다른 증권사 인수는 없었다. 또 지난해 4월 향후 18개월 이내 추가 감자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가 최근 들어 다시 감자 결의를 하면서 성실 공시의무를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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