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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와 다를 것" 천명했지만…'이진숙 늪'에 빠진 과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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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I 2026.08.22 1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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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메가프로젝트 현안 산적…'野이진숙 거취' 두고 파행
與 "5.18 역사왜곡 묵과 못해" 총공세…초강경 대응 기류
李대통령 지시·제명안 제출까지…정국 냉각 기류 지속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인공지능(AI) 관련법 제정과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산적한 국가적 현안을 다뤄야 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여야 간 협치를 다짐하며 출발한 22대 국회 하반기 과방위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역사관 논란에 가로막혀 전반기의 파행을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22대 국회 전반기 과방위는 여야 대치의 최전선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과방위는 법제사법위원회와 함께 ‘전장 양대산맥’으로 꼽히기도 했다. AI 등 첨단 기술과 산업 발전이라는 시급한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상임위는 연일 ‘방송’ 주도권 싸움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을 위시한 청와대가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과방위의 정책적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여당인 민주당은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과방위원장에 3선 송기헌 의원을, 여당 간사에는 한준호 의원 등 전반기 대비 상대적으로 합리적 성향으로 평가받는 인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한준호 의원은 지난달 22일 당정 정책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운영에 대해 “상반기처럼 하지 말자, 웃을 수 있는 상임위를 만들자(가 목표)”라며 원활한 상임위 운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다짐은 지난달 30일 열린 첫 전체회의부터 무색해졌다. 이날 첫 회의는 새로 보임된 야당 이진숙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으로 시작부터 거센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여당인 민주당 및 야당 위원들은 이 의원이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업무상 배임)로 과방위 차원에서 고발당한 피고발인 신분이자, 방통위원장 재임 시절 행적이 오는 10월 국정감사 대상이라는 점을 들어 “피감기관 수장이었던 감사 대상이 셀프 감사를 하겠다는 격”이라며 윤리자문위 판단 및 상임위 사보임을 강력히 요구했다.

첫 회의부터 ‘이해충돌’ 맞대결…5·18 폄훼 포럼 개최로 정국 급랭

이에 이진숙 의원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전학 온 학생에 대한 집단 괴롭힘·왕따”라고 반발하며 “피고발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자격이 없다면 여당 지도부나 다른 의원들도 자격이 없어야 한다”고 응수했다. 여야 위원들 간 고성과 반말, 신상발언 및 명예훼손 고소 경고까지 오가는 극심한 대립 끝에 회의는 야당 간사 선임조차 의결하지 못한 채 개의 1시간 17분 만에 정회됐고, 끝내 속개되지 못하고 파행했다.

상임위 첫 단추가 어긋난 데 이어, 이 의원이 주최한 국회 포럼은 폭력과 고성으로 난장판이 되며 정국을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의원이 지난 13일 보수 단체 새역사국민운동과 공동으로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에서 역사왜곡 발언이 쏟아진 것이다.

해당 포럼에서는 참석자들은 “5·18은 딥스테이트가 형성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소요 사태”, “전두환은 살인마가 아니며 초동진압 실패로 시위가 격화된 것”, “호남과 주사파의 순망치한 관계” 등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전두환 체제를 미화하는 발언이 쏟아냈다.

지난 19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을 하는 도중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뒤편에서 파면 촉구 손팻말을 들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을 하는 도중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뒤편에서 파면 촉구 손팻말을 들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은 즉각 “역사 쿠데타이자 헌법 정신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고, 민주당은 14일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반면 이 의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학술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을 이유로 제명이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라며 “개별 발표자의 주장이 곧 본인이나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5·18 유공자 명단 및 심사기준 공개를 요구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 같은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정 지역 비하나 특정 사건 피해자를 조롱하는 것에 실질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며 혐오 표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이 의원은 당일 SNS를 통해 ‘5·18 입틀막’이라며 대통령의 지시를 비판했다.

이 의원의 반발 속에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확산하면서, 다음 날인 19일 전체회의 역시 파행을 피하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 안팎에서 이 의원의 사퇴와 퇴장을 촉구하며 강하게 맞섰고 회의는 결국 또다시 정회됐다.

與지도부 총공세 vs 野지도부 선 긋기…과방위 공전 장기화 우려

민주당은 5·18 폄훼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는 기조 아래 지도부까지 나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국회에 이 의원 징계안을 정식 제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역시 “이 의원의 제명이나 활동 정지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한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사안에 선을 긋고 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 개별 개최한 세미나에 당이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여당 차원의 징계 요구에 거리를 뒀다. 국민의힘 내부 책임당원 3700여 명이 당 윤리위에 이 의원 징계를 요구하고, 조경태 의원 등 일각에서 자격 미달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야당 지도부는 ‘개인 정치 활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AI 기본법 제정 등 산업계의 시급한 입법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과방위는 이진숙 의원의 거취와 역사관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팽팽한 대립 속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상임위 차원의 정쟁 지양 선언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5·18 역사왜곡 문제가 불거진 이상, 이 의원의 책임 있는 사과나 거취 표명이 없는 한 하반기 과방위의 정상 가동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5.18 역사왜곡을 뿌리뽑겠다는 여권의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며 “이 의원이 사과를 하지 않는 한, 당분간 대치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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