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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천재지변으로 어려운데 자구노력하라니” 한탄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항공운송사업자 대상 대출 절차 및 최소요건이 담겨 있는 문서를 만들었다. 이 문서 중 특이할 만한 내용은 “차용자(기업)는 9월 30일까지, 3월 24일 기준으로 가능한 한 고용 수준을 유지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기준 일자 수준에서 10% 이상 고용 수준을 감소시키지 않을 것을 규정한다”고 돼 있다. 대출을 해 주는 대신 해고를 해선 안된다고 의무화한 것이다. 또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나 구조조정 같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특정 직원의 총 보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규정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의 지원 요청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지원을 담당하는 금융당국에서는 기업들이 먼저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간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토부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금융위가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이유로 미적대면서 양 부처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항공업계는 인력 감축에 나섰다. 대한항공(003490)이 창사 50년만에 처음으로 직원 70% 휴업에 들어갔고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직원 절반을 무급휴직하는 등 정리해고 전단계의 조치를 취했다. 이스타항공은 직원 300명을 구조조정한데 이어 지상조업 자회사와의 계약도 해지하기로 하면서 추가로 200여명의 일자리도 없어지게 됐다. 기내식을 납품하는 A사의 경우 운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원의 90%를 해고하는 사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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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항공업체들은 대형항공사의 경우 화물 수송으로, 저비용항공사(LCC)는 제주노선으로 그나마 연명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전년 같은 대비 2.3% 감소한 16만2000톤의 화물을 운송했고, 아시아나항공도 1.7% 준 10만 6000톤의 화물을 날랐다. 여객운송이 거의 중단된 상태에서 여객기로 화물을 운송해 손실을 줄여보겠다는 복안이다. 화물을 나를 수 있는 큰 항공기가 없어 화물운송 마저 불가능한 LCC의 경우 그나마 제주 노선이 살아난 것이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에어서울은 주말에만 2~3편 운항했던 김포~제주 노선을 이달부터 주32편으로 늘렸고, 에어부산도 부산~제주 노선 운항을 주21회에서 35회로, 김포~제주 노선을 주14회에서 21회로 증편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도 제주 노선을 확대 운항 중이다.
한편, 인천 중구와 서울 강서구 등 공항이 있는 일부 지자체들이 항공사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항공기 재산세 감면 결정을 하면서 항공사들은 5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 혜택을 받았다. 항공협회 관계자는 “제주와 청주, 김해 등 공항이 있는 다른 지자체들에도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며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사들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