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국제 사회의 이목이 9일 판문점에서 개최될 남북 고위급 회담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 중국 등 한반도 문제와 밀접하게 엮어있는 국가들도 2년여 만에 재개된 남북 대화에 힘을 실어주려는 모양새다. 정권 교체 이후 첫 남북 접촉에서 일사천리로 양측의 대표단이 구성되면서 향후 남북이 대화 모드를 지속해나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남북 대화 급물살..일사천리 진행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이 주목을 받는 것은 북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전향적인 모습으로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대표단 파견 가능성을 내비친 지 나흘 만에 회담이 전격 결정됐다.
이후에도 북한은 회담 준비에 협조적으로 나왔다. 6일 우리 측이 대표단을 구성해 북측에 통보한 지 불과 하루만에 북측도 5인의 대표단을 꾸려 우리 측에 알려왔다. 회담 시간과 장소, 대표단 구성 등을 놓고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기싸움을 벌이던 것과 대조적인 모양새다.
지난 2015년 12월에 있었던 차관급 남북 당국 회담은 회담이 열리기 앞선 11월 별도의 실무 접촉을 통해 12시간 가까이 회의를 진행하는 ‘힘겨루기’가 있었다. 특히 장소를 문제로 양측이 엇박자를 내면서 결국 우리 측이 원했던 서울이 아닌 개성에서 차관급 당국 회담이 치러지기도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의 의지를 드러낸 만큼 북측에서 회담의 부수적인 요소로 기싸움을 벌이지 않으려는 것 같다”며 “평창 올림픽 참가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 결과 도출에 보다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사회가 주목하는 ‘한반도 운전자론’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은 그간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강조해온 ‘한반도 운전자론’을 실제 시험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받는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6자 회담 수석 대표들이 서울을 찾으면서 이번 남북 회담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 통로가 열리기를 희망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한 고위급 회담의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이는 모든 인류에 좋을 것”이라면서 “정말 두 나라(남북) 간에 잘 되길 바란다. 그들(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시작이 될 것이다. 100% 지지한다”고 이번 회담에 힘을 실었다.
중국과 일본의 6자 회담 수석대표 등도 잇달아 방한에 나서면서 남북 대화에 갖는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는 지난 5일 한국을 찾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났다. 회담을 하루 앞둔 8일에는 가나스기 겐지 6자 회담 일본 측 수석대표가 방한한다.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대표도 방한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백악관이 “(양국 정상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못을 박은 부분에서 청와대의 고심이 읽힌다. 청와대는 한미정상간 전화통화 후 해당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남북대화가 대화를 위한 대화로 흘러서는 안되고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미국의 압박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 집중될 경우 순조로운 회담 예상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는 무리한 요구나 대응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정은이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해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회담이 대결적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측도 정부 출범 8개월만에 다가온 첫 남북 대화 기회를 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이 모두 민감할 수 있는 문제가 돌발적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 북측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이나 전략자산 순환배치 등을 언급하면서 회담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테이블에 앉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동맹과 관련된 문제를 심도 있게 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