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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정치적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고 있다. 성장률 물가 금리 등 경제적 요인들은 시장 흐름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미국 대통령 선거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시장 전체가 노심초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에 더해 최순실 사태의 여파가 고스란히 시장에 전해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깜짝 인사’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FOMC 금리인상 시사했지만…시장은 반대로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간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39bp(1bp=0.01%포인트) 하락한 1.8045%에 마감했다. 10년물 이상 장기금리는 전문적인 채권거래 중개인들의 중장기적인 전망이 집약된 지표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의 2년물 국채 금리도 1.58bp 떨어진 0.8213%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다소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다음달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FOMC 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책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지속적으로 강해지고 있지만, 목표치를 향해 가고 있다는 약간의(some) 추가 증거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정책금리 인상에 많은 증거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미국 시장금리는 FOMC와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도 현재 박빙을 보이는 대선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인상이 물건너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뿐만 아니다. 간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국채금리도 일제히 내렸다. 일본 홍콩 호주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의 여파가 전세계로 뻗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보호무역을 지향하는 등 전세계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은 그동안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가격에 크게 반영해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쇼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면서 “연준이 다시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채권팀장은 “시장은 힐러리가 당선될 경우 무난한 금리 정상화를 예상했다”면서 “트럼프 리스크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했다.
◇‘최순실 사태’까지 덮친 韓 정치 리스크 더 커
우리나라는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미국 대선에 더해 최순실 사태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깜짝 내정’이 이뤄졌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수요가 더 올라가고 있는 이유다.
전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5bp 하락한 1.436%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3.6bp 하락한 1.694%에 마감했다. 이날 역시 시장은 강세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당국 한 인사는 “박스권에서 움직인 측면이 있는 주식시장보다 과열 얘기가 계속 나왔던 채권시장의 충격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