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애 확인한 차이완..韓기업에 불똥튈라

김대웅 기자I 2015.11.08 16:19:01

분단 후 66년 만의 첫 정상회담
''하나의 중국'' 인정하는 92공식 중요성 재확인
시 "대만, 일대일로·AIIB 참여 환영"..경협 확대키로
대만과 對中 수출 경쟁국인 韓기업 ''긴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마잉주 대만 총통(왼쪽)이 7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BBnews)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과 대만이 분단 66년 만에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며 ‘차이완’(Chiwan·차이나+타이완) 간 평화적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역사적인 이번 정상회담이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양측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향후 경제교류 규모도 대폭 늘리기로 해 대만과 대(對)중국 수출 품목이 겹치는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하나의 중국’ 재확인..대만 선거 영향줄까

8일(현지시간)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전날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1949년 양안 분단 이래 처음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모두 발언을 통해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친밀감을 강조했다. 마 총통 역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국민은 중화민족이며 염황의 자손”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배경에는 양안 간 정치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 총통은 두 달 앞둔 총통 선거가 불리한 국면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중국과의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들어 지지율을 회복할 계획이다. 중국 역시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대만 협조가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 정상의 모두 발언 이후 5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1992년 합의한 ‘92공식’(九二共識)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92공식은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홍콩에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 해석에 따른 국가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핫라인(hotline) 설치, 적대 상태 완화, 교류 확대, 공동 중화민족 진흥을 위한 노력 등을 강조했다.

중국 언론들은 감격적인 표정으로 주말 내내 기사를 쏟아내며 두 정상의 만남으로 양안관계에 중대 진전이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인민일보는 “민의를 살피고 민심에 순응한 것으로 양안 평화발전의 필연”이라고 표현했고 환구시보도 “양안관계와 평화발전의 정치적 기초를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서구 언론들은 정상 회담 자체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실질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정상회담은 협정도, 합의문 발표도 없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번 회담이 내년 1월16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사다. 불리한 처지에 있는 대만의 현 국민당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유권자들에게 양안관계 발전과 안정을 추진하는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국민당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어 현재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 경협 규모 늘리기로..韓기업, 대만에 中시장 뺏길라

양측은 또 이번 회담에서 경제 합작과 기업 교류를 더욱 넓히기로 합의했다. 현재 중국과 대만간 교역 규모는 연간 1986억달러(약 226조원·지난해 기준)로 무역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무역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경우 수출 품목이 겹치는 한국기업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참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것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 2010년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해 대부분 상품에 대해 무역 관세를 없애 양안의 교역량이 급격히 늘었다. 2009년 1062억달러였던 교역액이 2010년에는 1453억달러로 약 37% 가량 급증했다. 이후 양국은 교역 규모를 늘려가며 닫혀있는 정치 상황과 달리 경제적으로는 활발히 협력에 나서고 있다.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대만의 상위 10대 수출 품목 중 절반 이상은 전자 분야가 차지하고 대만 총 무역액의 30% 이상이 이 부문에서 나온다. 이는 우리 기업의 주요 수출 품목과 겹치는 분야다. 정보기술(IT) 뿐 아니라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서 우리기업들은 대만업체들과 중국시장을 놓고 경쟁 관계에 있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에서는 중국과 대만이 제휴해 대만 업체 이노룩스가 1위 자리를 가져갔다. 또한 대만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는 위협적인 경쟁자로 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였던 한국이 3년 뒤 그 자리를 중국에 넘겨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한국 기업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대만에서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대만 공산품의 4분의 1 가량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율 차이 등으로 중국 시장을 한국에 완전히 잠식당해 대만이 입을 피해 규모만도 약 39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한국과 대만은 중국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이번 양안 정상회담이 한국산 제품에 미칠 파장에 한국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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