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민간 출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공직 개혁 실험이 시험대에 올랐다. 인사혁신처가 공직을 민간에 개방하는 취지로 추진 중인 이른바 ‘국민인재’ 공모가 암초에 부딧쳤다. 주요 보직에 적격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가 진행돼 내년 초까지 공석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인재정보기획관·취업심사과장 임용 ‘빨간불’
인사혁신처는 지난 26일 ‘국민인재’ 최종합격자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이날 4급 이상의 개방형 직위 3곳을 뺀 5급 이하 합격자만 발표했다. 개방형 직위 중 인재정보기획관(국장급)과 취업심사과장은 내년 1월 2일까지 재공모하기로 했다. 인재정보담당관(과장급)은 대기업 출신 인사가 1차 합격해 내년 1월 13일 역량평가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다.
공모가 지연되면서 임용까지는 최소 2개월 이상 늦어질 전망이다. 당초 인사혁신처는 ‘국민인재’ 합격자의 임용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취업심사과장은 재공모→중앙선발시험위원회 서류·면접심사→처장 결재→역량평가를, 인재정보기획관은 이 순서로 역량평가를 거친 뒤 고위공무원 임용심사위 심사까지 통과해야 한다. 개방임용 담당자는 “(2015년 첫 도입되는)역량평가까지 거치려면 두 보직은 빠르면 2월 중 임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재정보기획관과 취업심사과장 임용이 늦어지는 이유는 ‘인재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보직에 각각 18명, 14명이 응시했고 중앙선발시험위가 2~3배수로 후보군을 올렸지만 이근면 처장이 “넓은 차원에서 보자”며 이들을 모두 부적격 판단, 탈락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처 “사명감 필요” Vs 전문가 “고용 규정 바꿔야”
특히 취업심사과장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심사과장직은 공무원 퇴직자 취업심사를 맡는 자리로,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를 해소하고 공직 개방의 상징성이 있는 요직이다.
인사혁신처 고위관계자는 “취업심사과장은 가급적 민간 출신으로 뽑으려고 하는데, 가장 큰 장벽은 보수 문제”라며 “민간에서 공직으로 오면 연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공직 규정상 대우해 줄 수 있는 범위도 제한이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취업심사과장의 경우 기본연봉 상한이 7694만8000원(수당·성과연봉 별도)이며, 임용기간은 3년 계약으로 하되 성과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이 결과 민간의 고액연봉을 포기하고 공직을 희망하는 뛰어난 민간 인재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현직 공무원을 선발할 경우 인재풀이 갖춰져 있고 임용 시기도 앞당길 수 있지만 ‘돌고 돌아 공무원’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이 선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직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인재를 찾아 이고초려, 삼고초려 하겠다”고 말했다.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센티브 개선 없이 공직 사명감만 요구할 순 없다”며 “임용기간 연장 등 고용 안정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 방안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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