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법원이 동양그룹의 주요 계열사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하면서 법정관리인에 현 경영진과 함께 공동 관리인을 선임하고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를 관리인에서 배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관리인유지(DIP·Debtor in Possession)제도 악용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주)동양(001520), 동양시멘트(038500), 동양네트웍스(030790),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 법정관리인에는 박철원(동양), 손태구(동양인터내셔널), 금기룡(동양레저) 대표 등 기존 경영진외에 각각 정성수 전 현대자산운용 대표이사,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 최정호 전 하나대투증권 전무가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반면 동양네트웍스에는 김형겸 이사가 관리인으로 선임됐고 김철 현 대표이사는 관리인에서 배제됐다. 고의 법정관리 신청 의혹을 받고 있는 동양시멘트는 경우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종오 현 대표이사가 법정관리인 역할을 하게 됐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상의 DIP제도는 기업 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기존 경영진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기존 법인대표자를 법정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가 경영권을 지키려는 기존 경영진에게 악용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면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와중에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5개 계열사 관리인에 모두 현 경영진 선임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자 DIP악용 논란이 재가열 됐다.
하지만 법원은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는 공동관리인을 선임하고, 동양네트웍스에는 이번 사태 의혹의 중심에 선 김철 대표를 배제하면서 논란을 비켜갔다. 고의 법정관리 신청 의혹을 받고 있는 동양시멘트에는 관리인을 별도로 선임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론을 의식한 결정을 내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DIP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지 1년이 넘었지만 정작 정부의 실질적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피해 개인투자자수가 수만명에 달하고 동양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지키기 꼼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법원이 DIP제도를 그대로 차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