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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주인들, 별걸 다 남겼네"

조선일보 기자I 2008.10.09 12:00:02

기억이 숨은 보물섬 헌책방

▲ 위 사람은 전기과 3개년의 전과정을 이수하였기로 본 졸업장을 수여함. 1990년 2월 14일. 성동기계공업고등학교장 최영식.
[조선일보 제공] '위 사람은 전기과 3개년의 전과정을 이수하였기로 본 졸업장을 수여함. 1990년 2월 14일. 성동기계공업고등학교장 최영식.'

영광서점 한 쪽에서 찾은 한 졸업앨범 책갈피에서 튀어나온 이 졸업장은 어쩌다 주인을 잃고 여기까지 흘러 들게 됐을까. 헌책방의 먼지 쌓인 책갈피 사이엔 책보다 더 귀한 생활 속 흔적이 가득해 책의 과거를 살포시 드러낸다.

'이 책(성문기본영어)으로 공부해 대성하여라''추운날…우리와 관계 하는 작은 것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건 책 표지 안쪽에 쓰인 '격려의 글'이다. 학급문고 같은 학교 도서관에서 나온 책들엔 도서 카드가 끼어있을 때도 있다.

한 헌책방에서 발견한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엔 '독서윤독상황표' 카드가 붙어 있었다. '1학년 4반 59번', '5반 59번' '7반 59번'이라고 쓰인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책을 돌려가며 읽었던 여고 '59번'들이 떠오른다. 동네 책방 알록달록한 책갈피, 책 사이에 껴 넣은 은행잎, 성경책에 정성스레 쳐놓은 형광펜 자국…. 책 속에 숨은 '사람의 흔적'이 느리게 걷는 헌책 사냥꾼들의 마음을 축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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