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⑬박광철 금융감독원 팀장(하)

정명수 기자I 2001.06.01 15:17:39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의 박광철 팀장입니다.
(인터뷰 중편에서 이어짐)
<”투신사들은 MMF를 전략상품이 아닌 유동성 지원상품 중 하나로 인식해야”> -올해 4월 MMF 사태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죠. 시가평가와 관련된 문제인데요. 금리가 상승할 때 대비책이 왜 마련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MMF를 장부가방식으로 평가한 이유를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MMF에 편입되어 있는 자산들은 CP든 회사채든 90일 기준으로 듀레이션의 가중평균을 맞춰야합니다. 신용등급도 BBB+ 이상을 투자적격으로 해야하고 회사채의 경우 1년물 이상은 MMF에 편입할 수 없어요. 1년 미만짜리 회사채나 CP는 시가와 장부가 사이에 별 차이가 없어요. 즉 장부가와 시가의 개념이 동일한거죠. 그럼 왜 둘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느냐(장부가와 시가의 차이).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석달짜리를 단기채권이라고 합니다. 1년물만 돼도 장기채권으로 보죠. 당연히 시장의 불안정 요소가 극대화될 수 밖에 없고 진폭도 무척 심해요. 금리변동의 진폭이 커지면 MMF에 편입된 자산의 변동성도 자연히 커지게 됩니다. 이 진폭을 줄이기 위해 작년 12월 급히 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건 바로 "장부가와 시가와의 괴리율이 1% 이상일때 가격조정의무”를 부여한 것이었죠. 다시말해 가격조정이라는 것은 수익증권의 가격을 조정한다는 것입니다. 올 1~2월 금리가 낮을 때 투신들이 비싼 가격으로 채권을 사서 펀드를 많이 만들었는데 이게 3~4월 금리변동에 노출되면서 완전히 깨졌죠. 4월 MMF 환매사태가 일어났을 때 문제가 된 건 이들 펀드에요. 2000년도에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한 펀드는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금도 대부분의 투신사들이 무리한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한다는 겁니다. 제시 수익률을 맞추려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죠. 국공채 2년짜리를 억지로 밀어넣는 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시중자금이 MMF에만 몰리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환매요구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기 쉽다는 MMF의 기본적인 성격을 고려한다면 투신은 MMF를 유동성 지원상품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전략상품으로 생각하고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니 문제가 커질 수 밖에요. 투신들이 MMF를 단독 펀드로 운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는 달리말해 금리 네고를 한다는 거에요. 현재 MMF 펀드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금리 네고로 책임지기 어려운 수익률을 제시하는 거죠. 소형, 단독펀드는 금리변동에 노출될 경우 대처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투신권에서 CBO 발행할 때 풋백옵션 조항도 잠재적 부실요인이 아닌가요. ▲풋백옵션은 판매회사가 책임을 지지만요. CBO 발행시 시장불신이라는 문제가 크게 부각됐습니다. 신탁재산안에 부도채권이 있어서 자금유입도 안되고 이것이 환매로 연결된 거죠. 투신권에 또 다시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신탁재산 안에 있는 부실채권이나 부도자산을 어떻게 제거할 것이냐"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CBO가 나온거죠. 어려움은 선순위와 후순위를 발행할 때 어떤 식으로 신용보강을 해줄 것이냐는 문제였습니다. 후순위채권중 쿠폰 레이트가 없는 것은 인수해서 소각했고 CCC급 중 일부는 선별해서 남겨뒀어요. 기본자산(underline asset)만 잘 관리된다면 후순위채권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편집자 주 : 1)풋백옵션(Put Back Option)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약정된 기일이나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풋 옵션이라고 한다. 풋백옵션은 원래 매각자에게 되판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2)채권담보부증권(CBO,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신규로 발행하는 신용등급 B~BBB 회사채를 증권사가 먼저 총액 인수하여 이를 유동화 전문회사(SPC)에 매각하고 유동화 전문회사가 이를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 신용등급이 낮아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경우 공동으로 위험을 부담해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금융기법이다. <” 시장이 깨지도록 놔뒀을 때 파장과 후유증을 한국경제가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간단치가 않습니다.”> -투신권의 현대건설 지원이 논란인데요. ▲그 일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투신권이 보유한 회사채중 많은 부분이 공모사채가 아닌 사모사채라는 사실입니다. 투신만이 홀로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미국에 연수갔을 때 가장 감명깊었던 점은 어느 장소, 어떤 사람들일지라도 난상토론 후 결정이 나면 두말없이 그 결정을 따른다는 거죠. 의사결정이 나도 자신이 찬성하지 않았다면 "난 못해"하고 탈퇴해버린다면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해관계가 복잡하면 결정에 따르기 어렵죠. 그러나 자본주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결정은 존중된다는 거죠. 이런 점이 참 아쉽습니다. -금융기관이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현대건설 살리자고 한 건 아니잖습니까. ▲그러나 시장 자체가 무너지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대우사태때도 판을 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테두리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깨지도록 놔뒀을 때 그 파장과 후유증을 과연 한국경제가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간단치가 않습니다. 시장의 룰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크본드 활성화 중요> -올 하반기 채권만기 물량이 상당한데요. 그것은 부담되지는 않겠습니까. ▲그 문제는 정크본드 시장 활성화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재경부에서 정크본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되면 채권가격평가회사들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겁니다. 올바른 평가모델을 설립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회사채 시장의 노하우가 정크본드 시장과 접목되고 채권시장 인프라가 확대구축되면 발행시장(primary market)에서 채권을 사서 유통시장에서 내다팔 수 있어요. 연계가 이뤄진단 말이죠. 우리 회사채 시장은 정크본드가 거래될만큼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이 발달돼 있지 않습니다. 정크본드가 유통될 여지가 없으면 primary market의 기능도 축소됩니다. 프라이머리 CBO에 부분보증을 넣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secondary market의 기능을 살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크본드 시장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긴 하겠죠. 어쨌든 정크본드 시장 활성화는 secondary market과 primary market에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겁니다. 회사채 만기 차환(롤 오버) 문제도 해결될 것이고. -좀 가벼운 얘기를 여쭤보겠습니다. 증권감독원 입사 당시 업무를 잘 모르셨다고 했는데요. 입사 후 "아 이 일은 내가 해야할 일이다"라는 생각을 느끼게 된 것은 언제입니까. 고시의 꿈을 포기하게 만든 계기랄까요. ▲입사하자마자 삼보증권의 완매사태를 겪었는데 이 사건은 나라 전체를 뒤흔든 엄청난 금융스캔들이었어요. "장영자-이철희 사건"이 바로 이 문제랑 관련됐다는 거 아닙니까. 잘못된 환매시스템을 어떻게 고칠 것이냐하는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는데 그 때 담당과장님과 함께 고민고민하면서 개선방안을 만들었고 위에다 보고를 했습니다. 다행히 위에서 "좋다. 이 방법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평가해주셔서 시행될 수 있었어요. 그 때 작업한 제도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없이 굴러가고 있습니다. 보람을 느꼈죠. 그 경험이 제가 지금도 이 자리에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늘 지껄이면서 껍질을 깰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좌우명이 무척 어렵습니다. ▲줄탁동시(줄(口변에 卒)啄同時)입니다. 지껄일 줄, 쫄 탁, 같을 동, 때 시. 같은 시간에 지껄여주고 쪼아준다. 닭이 계란에서 부화할 때 껍질을 깨야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잖습니까. 껍질을 깨지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는데 바깥에서 어미닭이 껍질을 깰 수 있도록 쪼아줍니다. 그런데 껍질을 깨야할 이 타이밍을 어미닭이 기가 막히게 알고 그 곳을 쪼아서 숨통을 틔워주거든요. 이렇듯 인간도 서로 도와가며 껍질을 벗어야 지속적인 레벨-업이 가능하다…뭐 그런 의미입니다. -존경하는 인물로 아인슈타인 쓰셨어요. ▲기존 생각을 거부하고 남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것을 입증해 낸 점을 존경합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점이 위대하다고 봅니다. -재테크 방법은 무엇을 사용하십니까. ▲재테크 할 돈도 없고 이 쪽 시장에 접근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돈 관리는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습니다. -만약 아드님도 아버지 처럼 감독업무를 하겠다면 뭐라고 말씀하시겠어요. ▲제가 하는 일은 맷집도 좋아야하고 판단력도 뛰어나야합니다. 하하. 그 외에도 여러가지 많지만 어쨌든 필요한 조건을 두루 갖춘다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하겠다면 반대할 이유야 없습니다. (박광철 팀장 약력) -54년 출생(본적 서울) -75년 덕수상고 졸업 -75년 건국대학교 법학과 입학 -82년 7월 증권감독원 공채 3기로 입사 -유통시장지도국, 검사총괄국, 정보분석과, 조사국, 분쟁조정국, 검사3국(투신담당) -98년 자산운용감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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