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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상하이 봉쇄 폭로 영상…눈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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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은 기자I 2022.04.24 16:06:19

[신정은의 중국은 지금]
상하이 봉쇄 길어지며 불만 쏟아져
재벌 2세·전문가 비판도 이어져
경제지표 악화…'제로코로나' 완화할까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또 지워진 거야? 무슨 내용이었어?”

상하이 도시 봉쇄 이후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위챗)에서 중국 지인들과 채팅방에는 이같은 대화가 부쩍 늘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상하이 봉쇄와 관련해 여론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는 더 빠른 속도로 지워지는 분위기다.

주민 폭로 나오면 삭제부터 하는 당국

상하이 봉쇄 초반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이달 초 중국 온라인상에서 상하이에 위치한 한 병원 어린이 병동에서 신생아를 포함한 영유아들이 한 병상에 서너 명씩 누워 있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당국이 병실 관리 체계 개선과 부모들과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에서 금지시된 영상 ‘4월의 목소리’. 지난달 26일 상하이 당국이 도시를 봉쇄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하지만 나흘이면 끝날 것이라는 상하이 봉쇄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폭로는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당국이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핵산(PCR) 검사를 받은 일가족에게 감염결과를 알려주지도 않고 무조건 격리시설로 데려갔다는 녹취록이나 주택단지가 임시 격리 시설로 전환되면서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긴 상하이 시민들이 경찰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애원하는 영상도 곧바로 삭제됐다.

일부는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가 커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중국 당국이 방역정책에 부정적인 내용은 무조건 ‘지우고 보자’식으로 여론을 관리하고 있어 사실 확인이 어렵다.

‘4월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영상도 중국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동영상 중 하나다. 약 6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황량한 상하이 시내를 배경으로 3월15일 상하이시 당국자가 방역 관련 기자회견에서 “봉쇄는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3월26일에도 “상하이는 중국 전체의 경제·사회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봉쇄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틀 뒤 단계적 봉쇄에 돌입했고 상하이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진다. 부모와 떨어지게 된 영아의 울음소리, 물자를 달라고 항의하는 목소리 등이 담겼다. “상하이, 어서 건강을 회복하라”는 자막과 함께 끝을 맺는 이 영상은 많은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렸지만 현재 중국 내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봉쇄와 관련된 폭로가 늘어나는 건 중국이 가장 부유한 도시 상하이를 봉쇄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는 수도인 베이징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큰 경제도시다. 중국의 최고 부유층은 물론 지식인 등이 모여있다. 중국은 ‘인터넷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방화벽을 설치해 외국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데, 경제적 여유가 되는 상하이 주민들은 우회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외신을 접하고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사용하고 있어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달초 중국 SNS에서 상하이의 한 병원 침대에 여려명의 신생아가 함께 누워있는 영상이 퍼졌다. 해당 병원은 시설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잠시 아이들을 한곳에 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커졌고 당국은 이를 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텅쉰망 블로그
재벌 2세 SNS도 차단…경제 충격 가시화

재벌 2세나 지식인들의 공개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삭제되기 일쑤다.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의 외아들 왕쓰충은 웨이보에 중국에서 독감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전통 약품인 ‘롄화칭원’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보도한 관영 매체들을 비판했다. 그는 “양심을 갖고 감히 진실을 말하는 언론을 찾기 진실로 어렵다”고 지적했고 웨이보는 지난 19일 ‘규정 위반’이라며 그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왕쓰충의 웨이보 팔로워는 4000만명에 이른다. 그는 최근 위챗 모멘트에서 상하이시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전수검사 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하며 “검사를 받으러 가지 않겠다”고 소신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국의 감염병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지난 6일 영문 학술지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에 기고한 글이 뒤늦게 중국어로 번역돼 일부 뉴스사이트에 발표됐지만 삭제된 사건도 있었다. 중 원사는 당시 장기적인 ‘제로 코로나’는 추구할 수 없다며 중국도 세계 흐름에 맞춰 다시 문을 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팔로워 4000만명을 보유한 왕쓰충의 웨이보가 사용 금지 됐다. 사진=웨이보 캡쳐
중국 정부의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 통제는 그동안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정책을 옹호하던 중국인들도 피로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더욱이 ‘제로코로나’의 부작용이 사회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자칫하면 민심이 들끓을 수도 있다. 3월 상하이시의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보다 7.5% 감소하는 등 실제로 경제 지표에서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1일 오피니언 기사에서 ‘홍콩식 방역’ 효과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홍콩은 본토처럼 강력한 통제를 했지만 외국산 백신을 수입하는 등 보다 유연한 정책을 펼쳐왔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는 계속해서 제로코로나를 고수하겠지만, 변이바이러스 특성 등을 감안해 그 강도를 조금씩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가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장기집권이 결정되는 만큼 코로나19 방역 만큼 경제 성장도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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