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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Krew·가보지 않은 길을 항해하는 동료)로 대표됐던 카카오의 수평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거세지는 국내외 플랫폼 규제 환경,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금리 인상에 따른 주가 부양의 어려움, 기업 규모 확대에 따른 새로운 소통법의 절실함 때문이다.
카카오는 최근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와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새롭게 구축하며 계열사 컨트롤타워를 정비했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장은 여민수 카카오 대표가,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선임됐다. 예전에도 비슷한 조직이 있었지만 힘이 세지고 인력도 늘었다.
리스크 직접 관리하는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센터장 여민수)의 경우 과거에는 계열사 독자 경영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전 계열사 임원 주식 매도 규정안’을 마련해 통보하는 등 리스크를 관리한다. 규정안에는 △계열사 임원 상장 후 1년간 주식 매도 금지(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받은 주식 포함)△CEO 매도는 2년 제한 △임원 공동 주식 매도 금지 △임원 주식 매도시 1개월 전 수량과 기간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와 소속사 IR팀에 공유 등이 담겼다.
이는 카카오페이 상장직후 주식 대량 매각 논란으로 류영준 카카오 신임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총 44만여주(900여 억원 규모)를 매각했고 강한 비판에 내몰렸다.
카카오 초기 함께 일했던 관계자는 “류 대표와 임원들은 카카오에서 나가 핀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하려 했지만 김범수 의장이 붙잡으면서 스톡옵션을 준 걸로 안다”면서도 “본인으로선 억울할 수 있지만 폭락장 속에서 임원 동시 매도를 받아들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다음과 합병 직후 임지훈 전 대표에게 10만 주의 통 큰 스톡옵션이 부여됐을 때 직원들은 100만 원 내외의 상여금을 받는데 그쳐 불만이었지만 말하지 못했다”면서 “카카오에 노조가 생기면서 이런 문제들을 공론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카카오에도 노동조합이 출범했고 신사업 추진관련 격려금을 소수 임원에게 몰아주는 방식도 바뀌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카카오에는 ‘전무’, ‘이사’ 같은 예전에 없던 임원 직급도 생기고 있다.
신사업 아이디어도 전략 컨트롤타워에서
메타버스, 블록체인 같은 미래 성장사업을 만드는 컨트롤타워도 강화됐다. 김범수 의장 머릿속에서 만들어졌던 카카오 그룹의 신사업들이 이제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에서 시도되고 다듬어진다. 김범수 의장은 한게임 창업을 함께 겪었고 국내 대표 게임포털로 키우면서 한솥밥을 먹었던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를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선임해 카카오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 업무를 맡겼다.
물론 김범수 의장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플랫폼 내수 사업에서 벗어난 인공지능(AI)와 클라우드 등 기술 사업과 글로벌 진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범수 의장의 컨트롤타워 경영이 카카오의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만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