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재탄력‥세번 째 화살 힘 실릴 듯
이번 총선은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의 재신임을 묻는 선거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2년간 20년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경기 부양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1차 소비세율 인상(5→8%)을 기점으로 내수가 얼어붙고 경제 회복세도 꺾이면서 불안감이 확산했다. 국민 사이에서는 엔저가 수출 대기업과 주식시장에나 도움이 됐을 뿐 서민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만 줬다는 반발마저 감지됐다. 이번 선거는 아베노믹스의 동력이 약화했던 시점에 꺼내 든 아베의 승부수였다.
이런 의미를 담은 선거에서 압승을 한만큼 아베 정권의 국정 장악능력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집권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컸던 세 번째 화살(규제 완화와 구조개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히 법인세 인하, 임금인상 소비활성화, 전력시장 규제개혁을 포함한 성장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엔저(低)에도 재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엔화는 미국 달러화 강세와 일본의 추가양적 완화 효과가 맞물리면서 1달러당 120엔까지 가파르게 하락한 상태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한 탓에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엔화 매력이 부각하면서 잠시 숨고르기 중이지만, 추가 하락압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가 재집권하면 엔저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성장과 인플레가 부진하면 (아베가) 엔저 기조를 계속 몰아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120엔에 도달하면서 엔저 부작용 우려도 커진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엔저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수입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임금도 16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다.
미국 USAA사의 뮤추얼펀드 포트폴리오부문 안 에스페 부사장은 “아베노믹스는 재앙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결국 인플레이션 불황(inflationary depression)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당장은 아베 정부가 힘을 받는다 해도 아베노믹스 성공에 대한 의구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단 구조개혁의 바탕인 재정 건전화 의지가 의심받는 상황이다. 정부 재정을 재건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소비세율 인상은 1년 반이나 연기됐다. 소비세 인상을 미루면 나랏빚에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지만 , 결국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무디스 토머스 번 부사장은 “아베노믹스의 핵심이자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에 따른 성장 전략 이행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선거과정에서 쏟아진 선심성 정책도 부담이다. 소비세 인상부담을 완화하려 주민세 비과세 대상인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임시복지급부금이나 결혼·출산·육아비용에 대해 1500만엔까지 증여세를 면제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선거 막판에 자민당이 쏟아부은 공약들인데, 이를 실현하려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