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모든 악명은 이 아비가 짊어지고 갈 것이니 주상은 만세에 성군의 이름을 남겨라.” 이것은 추측이다. 당대 모든 사료를 뒤져도 태종이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아무데도 없다. 하지만 소설 같은 설정이 아니다. 태종시대를 행간으로 읽어내면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란 거다. 역사에는 “행간 읽기”가 필요하다.
`조선왕조 5백년` 등 역사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신봉승이 말하는 `역사를 읽고 논하고 바로 보는 법`이다. 역사 앞에 75가지 문제를 던진다. `신윤복은 여자가 아니다`는 사극의 고증에 대한 비난하고, `이조`라는 말로 스스로를 비하한 식민사관에 대해 맹렬히 비판한다. `조선이 당파싸움 때문에 망했다`는 것도 식민사관의 비열한 모함이라고 언성을 높인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융통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거 기록에 있습니까”는 특히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이 빠져 있는 자기함정이란 거다. 모든 것을 기록에만 의지하면 역사는 단조로워진다는 생각을 강하게 피력한다. 문자로 밝혀진 것 외에는 살펴선 안 된다는 금욕적 연구방법을 버려야 비로소 역사의 큰 줄기를 따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사료에 대한 막연한 회피가 아니다. 저자가 이 생각에 확신을 갖는 데도 엄청난 사료에 대한 점검이 필요했다. 국역본이 없는 `조선왕조실록` 원전을 완독하는 데만 9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역사는 행동이고 실천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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