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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얌체 상혼` 그리고 가격구조에 대한 고찰

윤진섭 기자I 2011.01.21 13:30:28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다. 정부가 나서서 물가를 잡겠다고 대책을 내놨지만, 팍팍한 서민생활이 나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기업들 역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비용 압박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까지 다 같이 힘들어진 시기가 온 셈이다.

이런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물가 상승 기조에 편승해 기업 이익만 늘리려는 일부 업체의 얌체 상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오렌지 원액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2009년보다 평균 22% 하락했으나 소비자 가격은 5% 인상됐다. 고추장은 원재료가격이 평균 15% 올랐지만 인상폭은 이보다 큰 20%였다. 식품업체들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인건비나 물류비도 덩달아 오르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업체들의 단골 해명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최근 코카콜라가 가격인 최대 8% 올렸는데, 설탕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은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정유업계도 이 같은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정유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미운털이 박혀도 깊게 박혔다`고 할 정도로 차갑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리터당 업계가 챙기는 마진이 몇 십 원에 불과해, 가격을 내릴 수 없다고 하지만 정작 이들 정유사들은 고유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성과급도 업계 최고로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발표되고 있는 실적을 들여다 보면 업계가 얼마나 앓는 소리를 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집단인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인사의 발언은 소비자가격에서 휘발유 기준으로 60%를 차지하는 유류세금이 살인적인 고유가의 원인이라는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작년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고유가를 빌미로 정유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는 정부의 시각이 괜한 게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9078억원 보다 90% 이상 늘어난 1조7000억원을 넘어섰고, S-Oil 영업이익도 전년 2912억 원보다 160% 이상 늘어난 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수출이 증가하고,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원유가격의 차이인 정제마진이 대폭 개선된 것이지 내수시장은 여전히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에 내수시장에서 얻은 영업이익도 작년에 비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유업체들이 고유가에 따른 부담을 국내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익 창출이 목적인 기업들에게 나라가 어렵고, 국민들이 힘들다고 수출을 통해 얻는 수익을 내수로 돌려 고통을 분담하자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면 업체들도 장기적으로 득될 게 없다. 독과점 시장의 비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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