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감사`도 영문 오역 논란..업체 손배 청구

김성재 기자I 2008.05.19 11:54:18

감사원, 5월초 기상청 감사결과 "부적합업체 장비 선정"
업체선 "`습도 30%에서 오차`를 `오차 30% 발생`으로 영문오역"주장
"권유 수준 국제기구 지침을 '의무'로 오해한 것" 논란도
감사원 "기상청서 제출받은 도표,답변등 전체적으로 평가한 것"

[이데일리 김성재기자]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영문을 오역해 ‘졸속협상’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가 이번에는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또 다시 영문 오역으로 인해 ‘부실감사’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감사원이 지난 5월초 기상청 감사결과를 통보하면서 일부 내용이 세계기상기구(WMO)의 영문 지침서 내용을 잘못 번역·해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리한 징계 및 주의 통보를 내렸다는 논란이다. 

19일 기상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당시 “기상청이 지난 2006년 고층기상관측 시스템을 GPS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세계기상기구의 지침에 따르지 않고 비교관측실험도 부실하게 한 국내 K사의 수입 모델(독일 G사 모델)을 부적정하게 채택했다”며 기상청장에게 주의 및 통보 조치를 내렸다. 기상청 담당 직원은 해임 절차 중에 있다. 

감사원의 지적을 요약하면 기상청이 일기예보 시스템 장비를 들여오면서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부실장비를 잘못 선정해 그동안 날씨 예보가 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으로부터 ‘부적합 업체 모델’로 지목받은 독일 G모델의 수입·공급업체 K사는 “감사원이 세계기상기구 지침의 영어문장을 오역하고 전체 의미도 오해한 데서 나온 잘못된 감사결과”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영문 오역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은 우선 '장비의 30% 오차' 내용이다.

감사원은 “독일 G모델은 세계기상기구의 비교관측실험에서 습도가 기준측기와 최대 '30% 오차'가 나타나 기상청 입찰규정에 부적합한 모델이었다”고 판정했다.

이에 대해 K사는 “이는 ‘독일 G모델의 야간관측에 있어 고도 5Km에서 상대습도 30%일때 치우침(bias)이 있었으나 주간관측에서 치우침이 훨씬 덜 했고, 이는 센서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오염에 의한 것'이라는 세계기상기구(WMO)의 판정 원문을 오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WMO 영어원문의 ‘상대습도 30%일 때 치우침이 있었다’는 부분을 감사원이 ‘최대 30% 오차가 나타났다’고 오역해, 이미 WMO의 비교관측실험에서 높은 품질을 인정받은 제품을 마치 치명적 결함이 있는 것처럼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①아래 영어원문 참조)

또 K사는 WMO의 비교관측 지침은 "관측자가 사용할 구체적 지침이 되고자 함이 아니며 오히려 각 기상청이 자체적 특정 요구에 맞는 지침을 마련하는데 기초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목적을 밝히고 있는데도, 감사원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될 의무적 국제협약'으로 간주, 자사 제품에 대해 부적합 판정내렸다고 주장했다.

WMO 비교관측은 '권유'사항일 뿐 '의무' 조항이 아니라는 원문 내용을 감사원이 의도적으로 오역해 기상청이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을 채택한 것이 잘못이라는 판정을 내렸다는 것. (②아래 영어 원문 참조)

감사원이 ‘비교관측 회수를 총 40~60회 하고 반드시 비가 오는 날 실험을 하도록 WMO가 정하고 있는데도 K사가 실험을 13회만 실시하고 비 오는 날 실험도 하지 않아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지적한 부분도 논란이다.

WMO 원문에 40~60회 실험을 해야하고 비 오는 날 실험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어디에도 없어, 감사원의 이런 해석은 의도적이거나 영문 오역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K사는 감사원의 이런 ‘영문 오역’과 ‘자의적 국제지침 해석’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현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낸 상태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결과는 기상청의 답변 자료, WMO 지침 등을 토대로 내려진 것이며, 한두가지 영문 자료가 아니라 제품성능 도표 등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진영규 감사원 산업환경감사국 부감사관은 "기상청으로부터 K업체의 습도 측정에 30% 오차가 있다는 답변과 상세도표 결과를 받아 이를 근거로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 관계자는 "시간이 없어 자세히 검토하지 못하고 WMO 지침을 요약 번역해 제출했을 뿐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①in night Graw measurements, there was a strong positive bias at 30% relative humidity and height of 5 km, but this bias is much less significant in the daytime Graw measurements. This would support the idea that the nighttime biases at midrange humidity were caused by contamination rather than by sensor calibration problems.

(영문 번역) Graw 장비의 야간관측에 있어 고도 5km에서 상대습도 30%일 때 치우침(bias)이 있었으나 주간관측에서는 치우침이 훨씬 덜 했다. 이는 치우침이 센서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오염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감사원 해석: 비교관측실험에서 습도가 기준측기와 최대 30%의 오차가 나타나 기상청 입찰규정(4%이내)에 부적합하다)

②it is not intended to be a detailed instruction manual for use by observers, but rather it is intended to provide a basis for the preparation of manuals by each Meteorological Service to meet its own particular needs.

(영문 번역) 이(안내서)는 관측자가 사용할 구체적 지침이 되고자 함이 아니며 오히려 각 기상청이 자체적인 특정 요구에 맞는 지침을 마련하는 데 기초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감사원 해석) WMO의 지침에 따르면...총 40~60회 관측을 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실험의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WMO지침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실험하여야 한다...(기상청은) WMO 국제기준을 위반하고 기상관측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