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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 반도체학과 있나…美 인텔처럼 고급인력 양성 어려울 것"

최영지 기자I 2022.06.22 10:12:39

정부, 특별팀 구성…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등 추진에
전문가들 쓴소리…"현장형 인재 양성에 너무 치우쳐"
"대기업뿐 아니라 소부장 中企 인력 부족난도 챙겨야"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왼쪽)와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기초·실무·현장형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

“반도체(산업)가 잘되면 반도체 학과를 늘리고 배터리(이차전지)가 잘되면 배터리학과를 늘리는 식으로는 지속적인 학과 운영이 불가능하다.”(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등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업계 및 학계에서는 실무형 인재를 키우는 ‘속성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특명 아래 반도체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교육부를 필두로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와 업계,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을 만들었고 이르면 내달 초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반도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교 내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해당 학과 정원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 부처가 학계, 산업계와 인력양성 방법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가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현장형, 실무형뿐 아니라 기초과학에 전념하는 기초형 인재도 필요한데 우리 제도는 엔드(현장) 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계약)학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종합적인 반도체 기술을 위해선 화학, 물리에서부터 전자, 자료, 기계 등 다양한 전공자들 능력을 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생들이 일부 대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에 들어갈 경우 다른 연구활동에 대해 동기부여 및 잠재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도 “학생들을 계약학과라는 좁은 울타리에 넣어 제한된 커리큘럼으로 인재를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인텔, 엔비디아처럼 고급 엔지니어가 키워져야 하는데, 반도체계약학과에서 이 같은 인재가 키워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궁극적으로 대학은 기업 현장 투입을 위한 엔지니어 육성이 아닌,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고급형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안 교수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반도체 중소기업을 위한 인재 확보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대학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족한 인력을 먼저 입도선매하려는 경쟁에 빠져 있다”며 “소재·부품·장비 회사의 경우 인력부족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인력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진행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인력을 적극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환영하지만 교육부 장관도 부재한 가운데 성급히 추진돼서는 안된다”며 “학계 및 산업계 현장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반영하는 일부터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문제까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20일 관악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반도체 주요 제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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