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전날 오후 법안심사 1소위를 열고 이틀째 의원 발의안과 정부 수정안(案)을 토대로 쟁점 협의에 돌입했다. 일부 접점을 찾는 소기의 성과는 거뒀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모두 중대재해법 통과에 뜻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치열하게 토론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1월 8일 전에 처리하기 위해 심사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여야 간, 노동계와 재계는 물론이고 민주당 내에서조차 이견이 큰 상황인 탓에 김 원내대표의 공언대로 다음달 8일까지 여야 합의로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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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심사 이틀째 여·야·정 이견 팽팽…`인과관계 추정` 삭제 가닥
전날 `산업재해`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를 지칭하는 `시민재해`를 나누는 방안 정도 수준에서 의견을 모은 여야는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 등`범위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책임자를 대표이사 `및` 안전관리이사로 하는 안과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로 하는 안을 놓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중대재해법 제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처벌 대상에 없던 법인의 최고 책임자도 형사처벌 해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취지”라며 “일단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 안으로 잠정 정했다”고 전했다.
우선 여야는 처벌 적용 기준을 `사망자 1명 이상`인 경우로 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1인 이상 사망한 경우에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또 정부안에서 빠져 논란이 됐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행정기관장을 책임자 범위에 포함시키되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제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형사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여러 쟁점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안은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을 유예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액이나 처벌 수위를 완화했는데 정의당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나 법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이)법의 성격상 `의원 입법`보다는 `정부 입법`이 옳은 것”이라며 “정부안이 왔으니 (이를)토대로 절충해가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정부안에 공중이용시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그러나 “결코 모든 영세상공인이나 소규모 영업장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장된 주장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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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농성 중 정의당 “사람이 먼저인 법안 될 수 없어”
정의당은 정부안을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태수 대변인은 “정부 의견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하기는커녕 편의를 봐주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을 만들어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1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 그래서 매년 2000여명의 죽음을 당분간 더 방치하자는 법안은 결코 `사람이 먼저`인 정부의 법안이 될 수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용 대상과 처벌 수위가 대폭 완화된 것을 직접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여야는 이틀째 심사를 이어갔으나 사업주와 원청의 안전조치 의무를 규정한 제4조까지 논의하는 데 그쳤다. 여야는 해를 넘겨 다음달 5일 법안심사 소위를 속개할 예정이다. 임시국회 회기가 다음달 8일 종료되는 만큼 회기 내 처리에 시일이 촉박한 상황이다.
백 의원은 “논쟁이 많았던 부분은 정리가 됐기 때문에 다음달 5일에 속도를 내서 마무리한다는 각오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조문 하나하나 체계 자구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