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항상 진 건 아냐…'빚투' 적은 만큼 하방경직성 높여줄 것"

이슬기 기자I 2020.04.13 09:07:59

유진투자證 "저점 이후 꽤 반등한 만큼 주가상승 속도는 둔화될 것"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주가 폭락에 저점 매수를 노리며 많은 수의 개인이 시장에 진입,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증권가에선 개인투자자들이 과도한 신용을 동반하지 않고 있어 주식시장의 하방 위험을 낮춰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반등속도는 주춤해질 수 있는 만큼 기존 주도주에서 소외된 업종으로의 순환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과도한 신용을 동반하지 않고 있어 주식시장의 하방 위험을 낮추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론 주가반등이 지금의 속도로 이어지긴 어려운 만큼 오래 저평가된 업종으로의 순환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의 회복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S&P500은 3월 저점 이후 24.7% 올랐다. 2월 고점 이후 총 하락 폭의 48%를 회복한 셈이다. 코스피 지수도 27.7% 상승했다. 총 하락 폭의 51%를 되돌렸다. 반등치고는 주가 회복 속도가 꽤 빠르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거액의 저점 매수에 나선 개인들의 성패에 대한 언급도 늘어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개인들이 거액의 투자를 했음에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반면, 현재는 꽤 베팅 방향성이 꽤 맞아가고 있는 까닭이다. 개인은 저점 국면에서 거액을 들여 삼성전자(005930) 등 전기전자 업종을 집중 매수했다.

허 연구원은 “2008 년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조선업종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순매수했고 이후 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매도 우위였다. 주가 추세와는 반대 매매패턴을 보인 것”이라며 “반도체 등 전기전자 업종은 비대면 및 온라인 비즈니스와 관련성이 높아 코로나 위기에도 성장을 이어갈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2008년과 같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짚었다.

항상 개인이 외국인에 진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는 외국인이 더 투자를 잘하긴 했지만, 2007년과 2000년 IT 버블 붕괴 당시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성과가 더 좋았다는 판단이다.

허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외국인 투자가들의 대응이 적절했던 경우가 많기는 했다”며 “개인 투자가들이 늘 루저(loser)는 아니었지만 개인 투자가들의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진 경우는 2007 년 이외에는 찾기 어렵다. 투자가 아닌 매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은 예전과 다소 다르다는 판단이다. 허 연구원은 “개인은 현재 빚내서 주식을 매입하지 않고 있고 부동산 시장도 예전만큼 뜨겁진 않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신용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개인이 매수하고 외국인이 매도한다고 해서 주식시장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 연구원은 “2008년 당시 반등 국면을 보면 약세장에서의 반등은 18~30%를 크게 넘지 않은 만큼 단기적으론 주가 반등이 지금의 속도로 이어지긴 어렵다”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투기등급 회사채와 하이일드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매입하는 건 구제금융과 국유화의 냄새가 나는 만큼 강력한 정책으로 인해 오랫동안 장부가치 대비 저평가된 업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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