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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우리의 입지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를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 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9.19 평양정상회담 이후 막상 남북간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때부터 갑자기 북미 뒤로 걸음을 물렸다. 바로 재개가 될 것 같았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아무 것도 진척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이때를 복기해보면 우리 정부는 북미관계가 잘 나가는데 괜히 남북이 앞서 나갔다가 빌미를 만들지 말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는 우리 외교안보라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과도한 낙관론’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낙관론은 우리 정부의 발목을 잡게 됐다. ‘낙관론’에 의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잃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는 유인책을 잃게 됐고 북한은 우리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이끄는 역할을 해 왔고 이를 위해선 우리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과거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이 그랬고 지난해에도 같은 경험을 했다. 지금은 어쩌면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한 결단’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과도한 낙관론’의 원죄가 있는 외교안보라인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