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개설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2018년 10월 말 현재 30만 6천 건 정도의 청원이 접수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을 두고, 경찰 조사 전부터 청원 게시판에서 남녀간 성(性) 대결이 벌어지는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직접 민주주의 확대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미국의 위더피플 사례를 통해 살펴본 청와대 국민청원의 개선방안(정치행정조사실 안전행정팀 정재환 입법조사관보)’ 보고서는 △청원 게시·공개 방식 개선 △답변 거부 요건 신설 △로그인 방법 개선 △실명확인 절차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됐다.
위더피플(We the People)은 2011년 미국 오바마 정부가 만든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그런데 청와대 국민청원과 위더피플은 가입 절차, 청원 요건, 게시·공개 기준, 답변 기준 등에서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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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은 해당 사이트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민간 SNS 계정으로 글쓰기와 동의가 가능하나, 미국은 위더피플 사이트에 이름과 이메일로 가입해야 한다.
우리는 연령제한이 없지만 미국은 13세 이상만 쓸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우리는 누구나 청원 글을 올리면 즉시 노출(공개)되는데 반해, 미국은 1차 동의자 150명이 있어야 공개된다는 점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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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라는 청원의 경우 중복 아이디 사용으로 마감일 날 갑자기 동의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카카오톡을 통한 중복 참여 방법’을 공유한 것으로, 인터넷 방문 기록을 담은 임시파일 ‘쿠키’를 삭제한 뒤 동일 IP를 통한 어뷰징하거나 IP를 바꿔가며 하거나 여러 ID를 쓰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혼란을 주는 상황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청원 요건에 ‘부적절한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백악관은 연방 법원이나 주 또는 지자체, 연방행정기관 등의 관할권에 속하는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답변 거부’ 조항이 없다. 그렇다 보니 사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청원이 올라오고, 나중에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소위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 미국 기준 검토 제안..중복 방지 대책도 필요
보고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특정 아이돌 팬클럽을 해체하라는 등 특정인 비난에만 치중하는 내용을 거르기 위해 청원 제출과 동시에 공개되는 방식을 지양하고, 미국의 방식을 참고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청원은 게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의 요건에 삼권분립 등에 반하는 사항은 답변을 거부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청원 제출과 동의 과정에서 중복 방지를 위해 실명확인 과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