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 전투준비태세검열단은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에 등장하는 20개 부대를 방문해 위수령·계엄 검토 관련 문서를 수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미있는 문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군 관계자는 “각급 부대의 키리졸브(KR) 등 전시 비상사태를 가정한 훈련 관련 문서 외에 촛불정국 당시 계엄 준비 정황이 담긴 문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전비태세검열단이 실제 수집해 간 자료는 미미하다”고 전했다. 문서 수집 대상부대는 기무사와 합동참모본부,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제1·3·7·9·11·13공수여단, 707대대, 8·11·20·26·30사단, 수도기계화보병사단, 2·5기갑여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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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무사가 보안·정보기관임을 망각하고 국군통수권 보필 임무에 치중한 나머지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계획을 세운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헌정질서 훼손이라는 평가다. 청와대가 지난 20일 공개한 67쪽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에 따르면 기무사는 20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상황을 고려해 국회가 계엄 해제 표결을 못하도록 의결정족수 미달 유도 방안을 제안했다. 계엄사령부가 반정부 시위와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여당(現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사법 처리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치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당정협의를 통해 여당(現 자유한국당)의원들이 계엄 해제 국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무사 ‘윗선’이 계엄 검토 사항을 보고받았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 군 수뇌부에 대한 내란예비음모죄 등 위법성과 실행계획 여부 등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석구 현 기무사령관은 지난 20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촛불집회 계엄 검토 문건 관련, “(문건 작성 당시) 기무사령관 이상으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당시 기무사령관은 조현천 예비역 중장이었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측은 한 전 장관이 이를 보고받은 이후 추가조치 없이 종결시켰고, 청와대나 총리실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 전 사령관이 따로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기무사가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대통령경호실장 등 군 수뇌부 출신 인사들과 교감 아래 계엄 검토 문건을 만들었을 것이라는게 군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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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송영무 현 국방부 장관의 문건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올해 3월 16일 기존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과 함께 이 세부자료를 송 장관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송 장관은 4월30일과 6월28일 모두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알리지 않다가 최근에야 이를 건넸다. 그것도 기무사 특별수사단에 등 떠밀려 제출한 것이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16일 출범 직후 기무사로부터 제출받은 USB(이동식저장장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건을 인지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국방부는 18일 특별수사단에 세부자료를 보낸 다음 19일에서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유야 어쨌든 송 장관은 지난 16일 문 대통령이 계엄 관련 모든 문서와 보고를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한 이후에도 이를 뭉개고 있었던 셈이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관련 문건들을 송 장관에게 보고할 당시에 대해 “(송 장관이) 놓고 가라고 해서 (사무실에) 놓고 갔다”고 말했다. 송 장관이 4·27 남북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 등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에 따라 보고를 미뤘다고 해명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무사 개혁의 근거로 활용하려 했다는 변명도 궁색하다. 송 장관은 이달 초 성차별적 발언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20일엔 ‘해병대 헬기사고 유가족들이 의전 문제로 짜증이 났다’는 취지로 말해 유족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물론 송 장관의 유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조만간 단행될 개각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