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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臺 반도체 연합군 등장..韓업체들 "그러시든지"

서영지 기자I 2011.01.31 10:47:36

엘피다, 파워칩 D램 사업부 인수 계획
국내 반도체업계 "영향 미미..기술 격차 더 벌리겠다"

[이데일리 서영지 기자] 일본의 엘피다 메모리가 대만 파워칩 테크놀로지의 D램 사업부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반도체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영향이 미미하다는 평가와 함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일- 대만 연합군`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 엘피다, 파워칩과 생산시설 합병 계획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워칩은 자체 D램 생산을 끝내고 엘피다를 위한 생산에 집중하다 양사의 주요 생산시설을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엘피다는 지난 2003년부터 파워칩에 D램 생산을 위탁해왔다. 양사는 생산 합작사도 세웠다.

시장에서는 양사가 합병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엘피다는 파워칩의 D램 사업부만 흡수하게 됐다고 알려졌다.

엘피다는 파워칩을 통해 생산되는 D램 웨이퍼 생산량이 현재 월 8만 장에서 앞으로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워칩 D램 사업부를 인수한 뒤 다른 대만 업체들과 협력하며 D램 반도체 시장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엘피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17.4%고, 파워칩은 2.1%였다. 작년 글로벌 D램 시장의 규모는 409억달러 규모였다.

엘피다는 PC 판매 둔화가 D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자 작년 4분기에 200억엔 이상 영업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국내 업체들…"그러거나 말거나"

한편 엘피다의 파워칩 인수 소식에 국내 업체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쳐도 하이닉스에 못미친다. 기술 격차와 원가 경쟁력 등은 이미 1년 이상 벌어졌지만, 이들의 추격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작년 D램 시장 매출 순위는 삼성전자(005930)가 1위, 하이닉스(000660)가 2위, 엘피다가 3위를 잇고 파워칩은 6위 수준이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엘피다와 파워칩의 매출을 합쳐도 하이닉스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다.

업계는 설비 확장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지 않고 기업 소유 구조만 바뀌는 것이라서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엘피다와 파워칩의 공정 능력이 국내 업체보다 뒤처지기 때문에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첨단 공정에서 50나노, 40나노 등 미세화된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10억분의 1m인 나노미터(㎚) 미세공정으로 반도체 회로 선 폭을 줄이면 줄일수록 기존 기판에서 더 많은 D램을 생산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D램 업계에서 최고 수준인 40나노 공정으로 D램을 생산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뿐이다.
 
이 때문에 아직 40나노 공정에 다다르지 못한 해외 업체들이 D램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원가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컨퍼런스 콜에서 30나노를 작년 하반기부터 램핑업(점진적 생산량 증대)하고 있다고 밝혀 해외 업체들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하이닉스 역시 지난 27일 신년 하례회에서 "D램 30나노급 1분기에 조기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20나노급 D램도 하반기에 개발해 후진 업체들과 격차를 더 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4분기 가격 문제가 심화하다 보니 자구책으로 낸 합종연횡 방안이지 않을까 한다"며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차이가 크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40.7%), 2위가 하이닉스(21%)다. 3위인 엘피다(16.2%)와 4위인 마이크론(10.5%)이 10%대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파워칩은 4.1%로 5위를 기록했다. 엘피다와 파워칩을 합쳐도 하이닉스에 0.7%포인트 부족하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엘피다가 일부 확장을 추진하지만 뭉치는 데 불과하지,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느 회사로 인수· 합병 되더라도 노후화한 공장을 최신 시설로 바꾸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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